[특파원의 아침] 초저 인플레이션 미국 경제에 오히려 독?

낮은 인플레이션은 낮은 금리로 이어져 경제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습니다.그런 점에서 주가에 호재로 작용할 수 있는데요.물가가 상승하면 서민들의 가계에 주름살을 가져오는 등 해악이 적지 않습니다.세계 각국 중앙은행이 ‘물가안정 목표제’를 도입한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물가상승률 목표를 제시하고 금리,통화량 등 각종 정책수단을 동원해 이를 달성하려는 것인데요.

하지만 인플레이션이 낮은 게 꼭 바람직하지 않다는 이견도 있습니다.미 노동부가 최근 발표한 1월 소비자물가는 전달보다 0.2% 상승했습니다.가격 변동이 큰 에너지와 식료품을 제외한 핵심 소비자물가는 오히려 0.1% 떨어졌는데요.이는 실업자가 늘어나면서 총수요가 위축된 결과로 볼 수 있습니다.또 미국 정부와 가계 처럼 빚이 많을 경우에는 적당한 인플레이션이 빚 상환 부담을 덜어 주는 측면도 있습니다.인플레이션으로 인해 명목 소득과 수입이 증가하기 때문인데요.우리 나라도 1998년 외환위기가 발생했을 때 박 승 전 한국은행 총재가 인플레이션을 용인해 기업과 가계의 빚부담을 줄여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습니다.

통화 정책 측면에서 봐도 각국 중앙은행이 인플레이션 목표치를 현재의 2%에서 좀 더 높이는 게 바람직하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습니다.국제통화기금(IMF)의 올리비에 블랜차드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앞으로 경기 침체 등의 위기가 발생할 경우 효과적인 통화정책을 동원하려면 인플레이션 목표를 4% 정도로 상향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인플레이션이 높으면 명목 금리가 높아져 위기 발생시 통화당국이 금리를 낮출 수 있는 폭이 그만큼 커진다는 이유에서인데요.

하지만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당분간 인플레이션 목표치를 높이지 않을 것으로 예상됩니다.인플레이션 목표치를 높이면 결국 금리가 올라 미래 차입자 뿐 아니라 적자에 허덕이는 미 연방정부의 이자 부담이 더욱 커질 수 있습니다.인플레이션 목표치 상향 조정이 기대인플레이션을 자극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미 통화당국은 목표치 상향 조정에 난색을 보이고 있습니다.
FRB는 당분간 인플레이션 압력이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기업들이 고용을 하지 않는데다 아직 설비 가동율이 낮은 탓에 경기회복으로 수요가 증가해도 제품을 충분히 공급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월가 상당 수 전문가들도 경기 회복에도 불구하고 하반기에도 물가 상승 압력이 지극히 낮을 확신하는 분위기입니다.월가 금융사들이 내년에 가서야 FRB가 기준 금리를 올릴 것이라고 보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는데요.

브루스 카스만 JP모건체이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미국 경제가 당분간 고실업과 공급 능력 초과 등으로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며 “FRB가 2011년 초에나 기준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습니다.

골드만삭스 이코노미스트들도 재정확대 효과가 소진되는 하반기부터 경기 회복이 둔화될 것이란 점을 들어 내년 이후에나 FRB의 기준금리 인상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했습니다.이탄 해리스 뱅크오브아메리카 · 메릴린치 미국경제 담당 헤드도 “고용시장이 확연히 회복될 때까지는 FRB가 통화를 긴축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물론 바클레이스 등 일부 금융사가 하반기 금리 인상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소수 목소리에 불과합니다.인플레이션만 놓고 보면 통화당국의 긴축 우려는 어느 정도 해소된 것으로 분석됩니다.

뉴욕=이익원 뉴욕 특파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