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A '불성실 공시' 1700억원 벌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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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릴린치 인수때 부실 숨겨미국 상업은행인 뱅크오브아메리카(BOA)가 세계 최대 증권사 메릴린치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불성실 공시'를 한 대가로 무려 1억5000만달러(약 1700억원)의 벌금을 물게 됐다.
뉴욕 맨해튼 지방법원의 제드 레코프 판사는 22일 증권거래위원회(SEC)가 BOA에 1억5000만달러의 벌금을 부과하고 더 이상 부실 은폐 의혹을 문제삼지 않기로 한 양측 간 합의를 승인했다. SEC는 BOA가 메릴린치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부실 정도를 제대로 알리지 않아 투자자들이 손해를 봤다며 BOA에 소송을 제기했다. 앞서 양측은 3300만달러의 합의금으로 소송을 끝내려 했지만 레코프 판사가 이를 거절했다. BOA는 2008년 9월 메릴린치 인수 계약을 맺고 지난해 1월 인수 작업을 마무리했다. 하지만 지난해 초 메릴린치가 발표한 2008년 4분기 손실이 예상외로 큰 것으로 드러나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이후 BOA가 인수를 결정할 당시 실사를 제대로 하지 않았거나,메릴린치 측에서 부실을 축소 은폐했다는 의구심이 증폭됐다.
BOA는 SEC와의 법적 분쟁은 해결했지만 뉴욕주 검찰과 동일한 사유를 놓고 또다시 법적 공방을 벌여야 한다. 앤드루 쿠오모 뉴욕 검찰총장은 최근 "BOA가 메릴린치의 부실을 제대로 공개하지 않아 투자자들을 호도했다"며 BOA 법인과 케네스 루이스 전 최고경영자(CEO),조 프라이스 전 최고재무책임자(CFO)를 증권사기 혐의로 기소했다.
한편 BOA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투자자 공시를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뉴욕=이익원 특파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