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지방銀 줄파산…올들어 벌써 20곳 문 닫아

"상업용 모기지 시한폭탄 막아라"
은행들, 채무 재조정 '안간힘'
미국 경기가 회복될 조짐을 보이는데도 미 지방은행들의 파산이 줄을 잇고 있다. 올 들어서만 벌써 20개 지방은행이 문을 닫았다. 전문가들은 올해 파산 은행이 전년보다 43%가량 늘어난 200여개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2006,2007년 집중적으로 이뤄진 상업용 모기지(담보대출) 만기가 돌아오면서 대출자산이 급속히 부실화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22일 금융 관련 조사업체인 KBW가 미 연방예금보험공사(FDIC)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1월 중 파산한 15개 지방은행의 자산 부실률은 33%에 달했다. 이는 작년에 폐쇄된 140개 은행의 평균 부실률(21%)보다 12%포인트 높아진 것이다. 위기에 몰린 지방은행들은 생존 차원에서 부실 상업용 모기지에 대해 채무재조정을 해주고 있다. 금리를 낮추고 대출 기간을 늘려주는 방식으로 일단 대규모 자산 부실화를 막아 충당금을 쌓지 않으려는 것이다. 시간이 지나면 상업용 부동산 시장이 정상을 찾을 것이란 기대도 깔려 있다. 윌셔뱅코프,플랙스타뱅코프 등은 각각 전체 대출 중 채무재조정 여신 비중이 6.5%,7.3%에 달했다. 의회의 구제금융감독위원회는 1400억달러의 부실 상업용 모기지 중 171억달러 정도가 채무재조정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문제는 이들 여신이 또다시 부실화될 수 있다는 데 있다. KBW의 프레드 캐논 은행담당 애널리스트는 "채무재조정 여신은 다시 부실화될 비율이 상당히 높은 편"이라고 말했다. 서브프라임(비우량) 모기지도 지난해 채무재조정 건수의 57%가 1년 만에 다시 부실화됐다.

의회 은행감독위원회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상업용 부동산 가격이 계속 하락하면 2014년까지 만기가 돌아오는 1조4000억달러의 상업용 모기지 중 절반가량이 부실화돼 지방은행 파산이 급증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와 관련,크리스토퍼 도드 상원 금융위원장은 이날 감독당국에 시스템 위기로 확산될 수 있는 상업용 부동산대출 부실 문제에 대한 대책을 마련할 것을 요구했다.

뉴욕=이익원 특파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