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진택 경희대 입학사정관 "추천서 대충 쓰는 교사 블랙리스트 만들 것"

대학입학사정관協 초대회장
"올해 입학사정관전형에서는 각 고교 교사들이 해당 학생에 대해 쓴 추천서를 가장 중점적으로 보려고 합니다. "

최근 전국 68개 대학 입학사정관들의 협의체인 '전국대학입학사정관협의회' 초대 회장에 선임된 임진택 경희대 입학사정관은 "똑같이 내신 1등급을 받은 학생이라도 성적 결과밖에 알 수 없는 입학사정관과는 달리 교사들은 그 학생이 학원 등 사교육을 통해 얻은 성적인지 아닌지를 알 수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해당 학생에 대해 가장 잘 알 수 있게 해주는 것이 바로 '교사 추천서'라는 설명이다. 임 회장은 2007년 10월부터 경희대에서 입학사정관을 맡아 왔다. 대학 입시에 관한 업무는 10년 전인 경희대 박사과정 시절 입학처 연구조교로 일하던 때부터 시작했다. 그는 "당시엔 점수에 맞춰 순서대로 학생을 뽑는 서열화가 지금보다 훨씬 심했다"며 "2007년 하반기에 점수로만 학생을 뽑지 않겠다는 입학사정관제가 도입됨에 따라 훌륭한 후배를 직접 뽑아야겠다는 생각에서 입학사정관이 됐다"고 설명했다.

교사 추천서에 대한 평가 비중을 늘리는 것은 사교육비 절감에도 도움이 된다고 임 회장은 설명했다. 교사 추천서만큼은 사교육 업체가 진출할 수 없는 영역이라는 지적이다. 그는 "교사 추천서에 대한 평가 비중을 늘리는 것은 사교육비를 줄이면서 공교육을 정상화할 수 있는 핵심적인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임 회장은 교사 추천서 평가 비중을 늘리려면 교사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각 교사들이 충실한 추천서를 쓰기 위해선 학생을 면밀히 알고 있어야 한다"며 "오랜 시간 학생을 관찰해 자세히 파악한 후 그 학생의 모든 것을 추천서에 담아 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해 입학사정관전형에서는 학생에 대해 전혀 파악되지 않은 듯한 인상을 주는 교사 추천서가 상당수였다"며 "각 대학 입학사정관들은 불성실하게 추천서를 쓰는 교사들을 개별적으로 파악해 일종의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협의회는 앞으로 정기 모임을 갖고 '불성실 교사'에 대한 정보를 공유한다는 계획이다. 또 사교육의 도움을 받은 자기소개서 및 전국 고교에 대한 정보 공유를 통해 입학사정관제를 정착시킨다는 구상이다.

임 회장은 입학사정관전형을 준비하는 학생들에게 "평소 자신이 관심을 가지고 있던 분야에 대한 경험과 활동 등을 꾸준히 메모하는 습관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입학사정관전형의 핵심 평가 요소 중 하나인 교과외 활동 부문에서 좋은 점수를 받기 위해선 경험을 생생하게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임 회장은 수험생 자녀를 둔 학부모에게 "사교육으로는 입학사정관전형을 통과할 수 없다는 점을 깨달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입시전문학원이 자녀를 대학에 보내 주던 시대는 지났다"며 "대신 자녀가 평소 관심을 가지고 있는 분야에 대한 자기계발을 할 수 있을 정도의 여건만 조성해주는 것이 좋다"고 덧붙였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