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준양의 소프트 혁명 1년…"1+1=3은 통섭에서 나온다"

● 포스코 경쟁력 세계1위로
"나는 럭키세븐 7대 회장"…"믿고 따라오라"며 임직원과 소통
세계 철강사중 가장 먼저 위기 극복
"1년간 포스코 회장을 해보니,리더가 된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깨달았습니다. 취임 초에는 금융위기 여파로 인한 어려움을 극복하는 게 지상과제였죠.다행스럽게도 세계 철강회사 중 가장 먼저 위기를 극복해냈습니다. 취임 이후 가장 큰 보람으로 여기고 있습니다. "

오는 27일 취임 1주년을 맞는 정준양 포스코 회장의 소회다. 정 회장은 23일 본지 기자와 만나 "회장을 맡으면서 리더로서 솔선수범과 희생이 필요하다는 것을 배웠다"며 '정준양호(號)' 1년에 대해 이같이 자평했다. ◆불황과의 전쟁에서 승전보

2009년 2월27일 서울 대치동 포스코센터.주총을 거쳐 포스코 최고경영자(CEO)로 공식 취임한 정 회장의 표정은 마냥 밝지 않았다. 외환위기가 덮친 1990년대 말에도 감산을 하지 않았던 포스코가 생산량을 줄이며 고군분투하던 시기였기 때문이다. 작년 5월에는 사상 최대폭의 철강제품 가격 인하를 단행했다. 감산만으로 최악의 불황을 견뎌내기에는 역부족이라고 판단,'승부수'를 던진 것이다. 정 회장은 "생산량의 27%를 줄이고 감산의 고비를 넘던 작년 3월이 가장 힘든 시기였다"며 "당시 포스코를 일궈낸 선배들을 대할 면목이 없을 정도였다"고 말했다.

포스코는 작년 하반기부터 위기를 벗어나 승전보를 올리기 시작했다. 작년 상반기 다른 세계적 철강사들의 절반 규모인 20%대 감산만으로 위기 국면을 돌파했다. 세계 1위 철강사인 아르셀로 미탈이나 신일본제철,JFE스틸 등 다른 글로벌 철강사들이 3~5%대의 영업이익률을 내거나 적자를 봤지만,포스코만은 작년 연간 영업이익률 11.7%를 기록했다. "당시 위기 속에서 가장 큰 문제는 두려움 자체였습니다. 그래서 직원들의 사기를 높이는 데 주력했죠.제가 7대 회장이니까,럭키 세븐 회장이니까 믿고 따라 오라고 했습니다. 이후 고객 중심 경영을 강화하고 뼈를 깎는 원가 절감을 통해 위기를 극복했죠."

포스코의 위기 극복과 성장은 해외에서도 인정하기 시작했다. 최근 발표된 세계경제포럼 글로벌 100대 기업에 국내 기업 중 처음으로 이름을 올렸다. 철강 분석기관인 WSD의 '2010년 철강사 경쟁력 평가'에서는 5년 만에 세계 1위에 올라섰다.

◆조용한 소프트 혁명정준양호 출범 이후 포스코에서 가장 달라진 것은 기업문화다. '부드러운 제철보국(製鐵報國)'으로의 진화였다. △열린경영 △창조경영 △환경경영이라는 세 가지 문구로 요약되는 정준양식 소프트 혁명에 따른 결과다. 취임 직후 가장 먼저 꺼내든 카드는 '소통'.자신의 경영철학을 담은 블로그를 개설했고,매일 아침 직원 10여명과 함께 조찬간담회도 열어 허심탄회한 시간을 가졌다.

보고는 빠른 의사결정을 위해 이메일 위주로 하도록 했다. 직원들에게 스마트폰을 나눠준 이유이기도 하다. 본사 빌딩 안에 1190㎡(약 360평) 규모의 창의놀이방인 '포레카'도 만들었다. 놀면서 일을 해야 창의적인 경영을 할 수 있다는 취지에서다.

인재 육성 전략도 달라졌다. 문과와 이과를 넘다드는 '통섭(統攝)'형 인재를 강조한 것.매달 둘째주 수요일에는 인문학 강좌까지 열었다. 직원들의 건강도 챙겼다. 취임하자마자 적극적인 '금연 프로그램'을 가동한 것.정 회장은 재계의 관심을 끈 금연 조치에 대해 "사실 나도 스트레스 때문에 담배를 끊기가 너무 어려웠다"며 "하지만 의지를 갖고 지속적으로 노력하면 누구든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정 회장식 소프트 혁명의 최종 지향점은 '포스코 3.0'이다. 포스코 3.0이란 제철보국,성공적 민영 기업 등 기존 가치를 넘어서 글로벌 초일류 기업으로 도약해 매출 100조원을 달성하고 모든 이해관계자들에게 사랑받는 기업이 되는 것을 의미한다. ◆올해는 도약의 해

"포스코 3.0을 궤도에 올려 놓기 위해 단독 경영에서 그룹 경영으로,다시 협력업체까지 포함한 패밀리 경영으로 나아갈 것입니다. 이래야 시너지 효과를 내고,'1+1=3'이 될 수 있죠.포스코 3.0의 최종 목표입니다. "

정 회장은 올해를 포스코의 변곡점으로 여기고 있다. 지난해 위기를 극복하고 비축한 체력을 바탕으로 새로운 성장을 모색해야 한다는 생각에서다. 그는 "위기 극복만으로 만족하면 안 되고,새로운 환경에 걸맞은 도약을 준비해야 한다"며 "올해 제2 도약을 위한 기회가 오면,반드시 그 기회를 잡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포스코는 정 회장의 말대로 기회를 잡기 위해 올해 투자 규모를 작년보다 배 가까이 늘어난 9조3000억원으로 정했다. 이미 인수전 참여를 공식화한 대우인터내셔널에 이어 대우조선해양 인수도 검토해보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상태다. 해외에서는 베트남-중국-인도네시아-태국-인도를 잇는 '아시아 생산벨트' 구축 계획도 구체화하고 있다. 리튬,마그네슘,티탄 등 미래 첨단 산업용 소재 분야에서 신사업을 찾기 위한 노력도 진행하고 있다. 정 회장의 꿈이자 화두인 '탄소 추방'을 위해 원자로를 이용,이산화탄소를 발생시키지 않고 쇳물을 생산해내는 '수소환원 제철' 기법 개발도 구상 중이다. 정 회장은 이 같은 목표를 달성하고 도약을 이뤄내기 위해 최근 경영진을 대폭 교체,'정준양호 2기'를 꾸렸다. 26일 주주총회 이후에는 그룹 통합경영 강화 및 성장투자 확대에 초점을 맞춘 조직 개편과 인사도 단행할 예정이다.

장창민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