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창업'보다 '인수'가 리스크 크다

信保, 부실기업 특성 분석

신용보증기금이 지난 7년간 36만4436개의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분석한 부실기업 특성은 실패하는 기업의 공통적인 특성과 잘못된 인식을 찾아냈다는 점에서 주목을 끈다.

부실기업의 최고경영자(CEO)를 연령대별로 보면 경험이 축적된 50대가 부실률(4.8%)이 가장 낮은 반면 사업 경험이 부족할 수밖에 없는 20대(14%)와 30대(7%)는 상대적으로 부실률이 높았다. 가족 구성에 따른 부실률의 경우 배우자와 자녀가 모두 있는 경우(4.6%)보다 독신인 경우(10.7%)가 두 배 이상 높게 나타났다. 배우자만 있는 경우는 6.2%,자녀만 있는 경우에는 부실률이 9.1%로 나타나 가정이 안정될수록 사업도 잘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가화만사성을 실증하는 듯한 이 같은 조사 결과는 다만 기업 규모가 작을수록 분명하게 나타났고 큰 기업에서는 의미 있는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대학원을 졸업했거나 중퇴한 경영인의 회사는 부실률이 3.6%였고,대학을 다닌 경험이 있는 경우는 4.8%였다. 반면 고등학교를 졸업했거나 중퇴한 경영인의 회사 부실률은 6.2%,중학교 이하 학력을 가진 경영인의 회사는 6.7%였다. 신보 측은 "기업 대표의 학력 수준에 따라 사업능력에 차이가 있는지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겠지만 통계적 수치상으로는 고학력자일수록 안정적인 경영을 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기업의 활동성이 얼마나 강한지를 나타내는 재고자산회전율(재고자산이 현금으로 변화되는 속도)로 보면 회전율이 5~10%인 기업은 부실률이 5%,회전율이 5% 이하인 기업은 부실률이 6.5%로 높아지는 성향을 보였다. 다만 이 지표를 기준으로 부실 징후를 판단하려면 매출채권회전율이나 매입채무회전율 등 다른 활동성 지표를 동시에 봐야 한다고 신보는 밝혔다. 재무제표를 작성하지 않는 영세 기업에서는 여성 경영자의 부실률이 남성 경영자보다 높았지만 다른 일반 기업군에서는 오히려 여성 경영자의 부실률이 더 낮았다.

자가주택 소유자의 부실률은 예상대로 임차에 비해 훨씬 낮았다. 30대의 경우 자가주택이 있을 때 부실률은 5%였지만 임차인의 경우에는 9%로 두 배 가까이 차이가 났다. 50대도 주택이 있는 경우 부실률은 3.4%인 반면 없는 경우는 10.3%나 됐다.

기업 규모의 크고 작음에 관계없이 전체적으로 경영 형태가 '인수'인 경우 부실률(7.1%)도 창업 (5.6%)이나 승계(5.5%)보다 높았다. 이는 사업을 인수하는 데 따른 장점 못지 않게 리스크도 크다는 것을 보여준다. 기업의 안정성을 나타내는 부채비율이 150% 이하여야 부실 가능성이 적은 양호한 기업으로 평가됐다. 부채비율이 500%를 초과하는 기업 (부실률 5.4%)의 경우 100% 미만인 기업(3.4%)에 비해 부실률이 약 2%포인트나 높게 나타났다.

이태훈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