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금융지주 지배구조 '수술' …신한 라응찬 4연임할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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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6일부터 이사회 시작
KB, 사외이사 3명 선임
신한·하나, 이사회의장 분리
우리금융은 겸임 가능성
KB 우리 신한 하나 등 4대 금융지주회사의 지배구조를 결정할 이사회가 오는 26일 신한금융지주를 시작으로 순차적으로 열린다. 우리금융지주는 3월2일,KB금융지주는 3일,하나금융지주는 9일 각각 주주총회 안건을 논의할 이사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금융지주회사의 이사진 구성에 큰 변화가 생길 것으로 예상된다. 예금보험공사로부터 경영감시를 받고 있는 우리금융이 이사회 의장 분리 문제에서 예외를 인정받을지,19년째 신한금융의 최고경영자(CEO)를 맡아온 라응찬 회장이 4연임에 성공할지 여부가 관심이다. 회장이 수개월째 공석 중인 KB금융은 이번 주총을 계기로 회장 선임절차에 본격 착수할 것으로 보여 귀추가 주목된다. ◆신한 · 하나지주는 이사회 의장 분리
전문경영인이 장기간 집권해온 신한 · 하나금융지주는 올해부터 이사회 의장을 사외이사에게 맡기기로 했다. 다음 달 주주총회에 정관개정 안건을 상정할 계획이다. KB금융은 이미 오래 전부터 사외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맡아왔다.
문제는 우리금융지주다. 예금보험공사로부터 일상적인 경영감시를 받고 있는 만큼 굳이 이사회 의장을 따로 두지 않아도 제도 도입의 취지인 '견제와 균형'을 얼마든지 확보할 수 있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올해 급박하게 진행될 민영화를 앞두고 의사결정 구조를 단순화해야 한다는 현실적 이유도 있다. 하지만 '정부 소유은행이 모범을 보여야 한다'는 반대논리도 만만치 않아 아직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사외이사 선임 오리무중
새 사외이사로 어떤 사람이 영입되는지,이사회 의장에 누가 옹립될지 아직은 오리무중이다. 주총 후 개최되는 이사회에서 사외이사들 중에서 호선한다는 원칙 외에는 함구령이 내려졌다. KB금융지주는 내달 3일께 이사회를 열어 새로 선임할 사외이사 후보 3명을 확정한다. 외부 전문가들로 구성된 사외이사 후보 인선 자문단을 통해 9명의 후보를 추려 놓은 상태다. KB금융의 최대 주주인 네덜란드 ING그룹을 대표해온 자크 캠프 사외이사는 ING의 뜻에 따라 후임자로 교체된다. 이렇게 되면 총 9명의 사외이사 중 4명이 바뀌게 된다. 그동안 이사회 의장은 임기가 1년을 넘긴 사외이사 중 연장자가 맡아왔다는 점을 감안할 때 임석식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57)나 함상문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장(56)이 유력하다는 분석이다.
신한금융지주에서는 사외이사 12명 가운데 사외이사 재직기간이 5년이 넘은 류시열 법무법인 세종 고문과 필립 레니엑스 BNP파리바 서울지점장이 교체된다. 하나금융에서는 사외이사 10명 가운데 김재철 동원그룹 회장과 로이 카라오글란 국제금융공사(IFC) 고문,남상구 고려대 교수가 바뀐다.
우리금융지주에서는 사외이사 7명 중 총재임기간 제한규정에 걸리는 사람이 한 명도 없다. 교체폭이 작을 것으로 보인다. 키움증권 사외이사를 맡고 있는 이영호 김&장법률사무소 고문 정도만 얘기가 나오고 있다. ◆라응찬 회장 연임할 듯
이변이 없는 한 라회장이 4연임에 성공할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자본금 250억원에 점포 3개,직원 280명에 불과했던 소형은행이 국내 2위권 금융그룹으로 도약하는 동안 전과정을 진두지휘한 '창업공신'이라는 점에서 장기집권에 대한 거부감이 크지 않은 편이다.
신상훈 신한금융 사장이 있긴 하지만 후계자 수업을 받은 지 1년이 채 되지 않아 아직은 권력이양이 시기상조라는 의견도 그룹 안팎에서 설득력을 얻고 있다. 청와대 등 권력층이나 금융감독당국도 연임에 반대하지 않는다는 의중을 간접적으로 표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연임 여부는 일단 오는 26일 열리는 이사회에서 1차로 판가름나게 된다. 지주사 회장을 이사 중에서 호선하도록 하고 있는 만큼 라 회장이 이사로 재선임될 경우 연임이 기정사실화된다. 연임에 성공할 경우 라 회장은 신한은행장을 3연임한 것을 포함해 22년간 신한금융그룹 최고경영자를 맡게 된다.
◆KB금융 회장 선임절차 본격 시작될 듯
회장선임 과정에서 불공정성 시비로 후보들이 사퇴하고 결국은 내정자까지 사임하는 일을 겪었던 KB금융은 이번 주총이 끝나는 대로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를 구성해 회장 선출절차를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문제가 됐던 사외이사들이 이번 주총에서 대부분 물러나기 때문에 더이상 시빗거리가 없다는 것이 금융계 안팎의 분석이다.
관심은 회추위 구성 방식이다. 작년엔 사외이사들로만 구성했지만 이번엔 외부 전문가들과 주주를 대표하는 인사를 회추위에 참여시킬 것이란 전망이 많다. 회장 선출 방식도 이제까지는 이사회 산하 평가보상위원회가 자체적으로 갖고 있는 풀(pool)에서 후보를 압축해가는 식이었으나 투명성과 공정성에 대한 지적이 제기됐다는 점에서 공모 형식을 도입할 수도 있다. 회추위가 구성된 후 차기 회장 후보를 선출할 때까지는 2개월 정도가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돌출변수가 없다면 차기 KB금융지주 회장은 5월 말이나 6월 초께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김인식/강동균/김현석/유승호 기자 sskis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