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팩수익률 'M&A 능력·공모가 수준'에 달렸다

● SPAC 투자 체크 포인트
지분희석률 낮을수록 유리…'그린코리아' 최종경쟁률 61대1
국내 최초로 상장하는 스팩(SPAC · 기업인수목적회사)인 '대우증권 그린코리아 스팩'이 23일 마감한 공모주 청약에서 1조원이 넘는 자금이 몰리는 등 성공리에 출발했다. 박스권 장세에서 인수합병(M&A) 투자의 장점이 부각된 데다 '1호' 스팩만큼은 고수익을 낼 것이란 막연한 기대도 작용했다.

하지만 공모의 뚜껑이 열렸음에도 여전히 뭐가 뭔지 모르겠다며 스팩 투자를 어려워하는 분위기도 뚜렷하다. 특히 스팩마다 제각각인 공모가격과 일반투자자에 비해 현저히 낮은 '발기인'들의 지분 매수가격에 고개를 갸웃하는 사람들이 많다. 스팩 투자에 성공하려면 어떤 점을 중점 체크해야 할까. 전문가들은 가장 중요한 체크포인트로 경영진의 능력을 꼽고 있다. 뛰어난 경영진이 좋은 인수 대상을 발굴한 뒤 싸게 사서 합병해야 스팩의 수익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스팩마다 '드림팀'이라 불릴 정도의 M&A 전문가들로 경영진을 구성하고 있다. 화려한 이력을 지닌 경영진들의 진짜 실력을 판단하는 것은 투자자들의 몫이다.

경영진의 능력이 핵심경쟁력인 만큼 이들에게 일반투자자보다 낮은 가격으로 주식을 배정하는 것도 합리화된다. 일반펀드와 사모펀드에서 운용수수료와 성과보수를 받는 것처럼,스팩 경영진은 싼 가격에 배정받은 주식으로 수익을 확보하는 셈이다. 주식 보유를 통해 투자자들과 한 배를 타는 게 '윈-윈'하는 방법이라는 판단도 작용했다고 볼 수 있다.

만약 경영진의 능력에 차이가 없다고 가정한다면 스팩의 공모가격 수준을 짚어봐야 한다. 우수한 경영진이 좋은 회사를 합병해도 최초 공모가격이 비싸다면 수익률 하락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공모가격의 적정성은 '지분희석률'로 가늠해 볼 수 있다. 지분희석률이란 발기인들이 저가에 지분을 받아가 개인이 보유한 주식의 자산가치가 낮아지는 정도를 말한다. 그린코리아 스팩의 경우 대우증권 IMM인베스트먼트 사학연금 등의 발기인은 주당 공모가격 3500원의 28.6%인 1000원에 주식을 배정받았다. 미래에셋과 현대증권 스팩의 발기인들도 공모가의 33.3%에 들어왔고,동양종금증권은 절반인 50%가 적용됐다. 희석률을 계산할 때는 반드시 전환사채(CB) 발행규모를 고려해야 한다. 증권사들은 적은 자본금으로 우선 스팩을 설립한 뒤 CB를 발행하고 이의 주식 전환을 통해 지분을 늘리는 방식을 활용한다. 금산법에 따라 금융투자 회사가 기업지배 목적으로 일반 사업회사 지분을 5% 이상 가질 수 없다는 제약을 피해가기 위해서다.

현재 공모절차를 진행 중인 4개 스팩도 회사별로 11억~56억원의 CB를 이미 발행했다. 이 CB가 전부 주식으로 바뀔 경우를 감안해 산출한 개인투자자들의 주당 장부가치 희석률은 스팩에 따라 9~17%인 것으로 나타났다. '동양밸류오션'이 9%로 가장 낮고,미래에셋,현대,대우증권 스팩은 각각 12%,16%,17%다. 김갑래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원은 "경영진의 능력이 동일하다면 희석률이 낮은 스팩이 수익률 확보에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미국은 희석률이 대부분 20% 선에서 설계돼 정확한 수치가 투자설명서에 기재되는데 우리는 의무사항이 아니어서 누락되고 있다"며 "스팩 구조가 미국보다 더 복잡한 만큼 최소한의 투자 기준을 제시한다는 측면에서 희석률을 공시토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동양종금증권 관계자는 "처음 추진하는 일이어서 공모가를 정하는 데 애를 먹었다"며 "새 상품에 대한 투자자들의 불안을 감안해 주식가치 희석률을 10% 이하로 대폭 낮춰 잡았다"고 설명했다.

이날 청약 마감한 '그린코리아 스팩'의 일반청약 경쟁률은 86.98 대 1(한화증권 통합)로 집계됐다. 청약 증거금만 1조1415억원이었다. 납입일과 환불일은 25일이며,상장 예정일은 내달 3일이다.

백광엽 기자 kecor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