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ㆍ진보학자들 "이념논쟁 벗어나 정책으로 대결하라"

사회통합委 회의…정치권에 '쓴소리'
국민 77% "계층간 갈등 가장 심각"
보수와 진보학자들이 한 목소리로 정치권을 향해 "이념 대결의 소모적인 논쟁을 넘어 정책 대결에 나서 달라"고 주문했다. 대통령 직속 사회통합위원회(고건 위원장)가 23일 개최한 월례회의에서 보수 성향의 서진영 고려대 명예교수와 진보 성향인 한상진 서울대 교수는 갈등 해결과 사회통합에 관한 해결 방안을 제시하면서 정치권에 쓴소리를 했다.

서 교수는 '한국 사회 이념 갈등의 현실과 그 해결 방안'이란 주제발표에서 "한국 정치가 편향성에 의존하고 모든 것을 흑과 백,적과 동지로 양분화하는 정치문화를 극복하지 못해 아직도 소통을 통한 상호타협과 협상을 모색하는 성숙한 민주정치를 구현하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서 교수는 특히 "정책 개발과 집행 과정에서 서로 충돌하는 가치 목표에 대해 다양한 집단 간의 치열하고 자유로운 토론을 주도해 정치권이 단순한 권력 투쟁이나 이념 논쟁에서 벗어나 본격적인 정책 논쟁의 시대를 열어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 교수도 '사회통합의 두 길,소통과 권리'라는 주제발표에서 "진보건 보수건 큰 취약점은 국민의 생활 현장,실사구시의 적합성이 떨어지는 쟁점을 가지고 맹렬히 싸워 그 소모성의 한계를 넘었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갈등의 심각성은 매우 높지만 소통 능력은 현저하게 떨어진다"면서 "사회통합을 어렵게 만드는 중요한 제약 요인의 하나가 바로 소통 부재 또는 소통의 구조적 취약성"이라고 말했다. 그는 "진보건 보수건 생활 정치로부터 동떨어져 있는 쟁점을 놓고 소모적인 논쟁을 하지 말고 서로 공유할 수 있는 핵심 상징을 개발해 사회통합을 위한 실사구시의 결실을 맺어야 한다"고 권고했다. 한편 사회통합위원회가 이날 발표한 '사회통합 국민의식 조사'에 따르면 우리 국민 10명 가운데 약 8명은 사회통합에 가장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 사회 갈등으로 '계층 간 갈등(복수응답 76.5%)'을 꼽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 다음은 이념 갈등 68.1%,노사 갈등 67.0%,지역 갈등 58.6%,환경갈등 57.8%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