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한글문화연구원'을 세우자

IT·CT 접목하면 문화강국 가능
우수한 대학강사 활용 일석이조
전국 대학의 시간강사 수가 7만명을 넘어섰다고 한다. 우리나라 전체 대학의 교수 수가 5만8000명 정도이니 교수보다 시간강사의 수가 오히려 더 많은 실정이다. 이들은 미국,중국,일본,독일,프랑스,이탈리아 등 해외 각지로 유학해 석 · 박사 학위를 받은 지식인들이다. 또 나라와 민족을 위해,그리고 인류를 위해 갈고 닦은 학문적 역량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는 훌륭한 인재들이다.

하지만 이들이 현재 대학에서 받는 처우 등 연구나 교육에 전념하기 위한 환경은 열악하기 그지없다. 이들이 당당하게 '교수'의 직위를 유지하면서 학문 연구에 매진하고,글로벌 코리아를 건설할 수백만명의 젊은 청년들을 교육시키는 위치에 설 수 있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이들이 '교수'의 신분으로 제대로 연구하고 교육할 수 있도록 그 삶의 터전을 국가 차원에서 마련할 필요가 있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전 세계 6000여 종의 모든 소수 민족들의 삶을 연구하는 '인문학 · 예술 및 IT(정보기술) · CT(문화기술) 융합 연구기관'을 설립하는 방안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이를 통해 이들 소수민족들이 사용하는 언어를 한글로 표기해 쓸 수 있게 하며,이들을 위해 다양한 유형의 IT · CT 관련 소프트웨어 및 하드웨어를 제작하고 교육 교재를 만드는 일을 담당케 한다. 세계적인 언어연구소로서,미국의 SIL(Summer Institute of Language)이나 위클리프(Wycliffe)보다 규모가 더 큰 '온누리한글 예술연구소(가칭)'와,글로벌 인재 양성을 목표로 하는 전문대학원으로서의 '한글문화 대사 대학원'을 산하에 둔 '누리마루연구원'(가칭)을 세우는 것이다. 그 후보지는 요즘 논란의 핵심이 되고 있는 세종시가 적당할 것이다. 이를 통해 약 3만명의 고급 인력(시간강사들 중심)을 교수로 채용해 이들이 마음 놓고 연구하고 교육할 수 있게 만들 수 있다.

우리는 '온누리한글 예술 연구소'를 중심으로 세계적인 연구 능력과 경쟁력을 확보하면서 한글의 세계화를 추진함으로써,인문학과 예술을 IT · CT 기술과 융합시키고 산업화를 이룩해 국가경제 발전에 공헌할 수 있다. 그리고 '한글문화 대사 대학원'을 또 하나의 축으로 해,향후 10년 동안 500만명의 글로벌 청년 리더들을 양성,이들을 해외로 내보냄으로써 지구촌 문맹,폰맹,넷맹을 퇴치하고 인류 문화 발전에 이바지할 수 있다. 즉 세계문자로 격상된 한글을 기반으로 해 우리는 새 인터넷,컴퓨터,휴대폰 세상을 주도해 나가면서 제4 물결인 '문화의 시대'를 능동적으로 견인할 수 있는 것이다.

한글은 이미 한국문화를 상징하는 최고 브랜드가 됐다. 우리는 이 한글을 중심으로 명실상부한 IT · CT 강국의 위상을 정립해야 한다. 시야를 넓혀 고급 인력의 일자리 창출 극대화 차원에서 '누리마루 연구원'을 세종시에 우뚝 세워 보자.그리하여 인문학과 예술을 IT · CT 기술과 접목시킨 심층적 연구를 통해 고부가가치의 첨단산업과 신성장 동력산업을 일궈내게 하는 것이다. 여기서 양성되는 숙련된 전문인력들이 해외로 파견돼 지구촌 곳곳을 누비면 대한민국은 브랜드 가치 세계 1위의 문화강국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제 우리는 소프트 파워를 중심으로 하드 파워를 키우는,문화의 힘이 한없이 높은 나라,그리고 첨단 문화콘텐츠를 개발 · 창조해 '문화의 시대'를 선도하는 선진 일류국가를 건설해야 할 때다. 로마,몽골,대영제국 등은 하드 파워로 세계 대제국을 만들었다. 우리는 '한글'이라는 문화적 무기를 가지고 세상을 제패할 수 있다. 침략을 통해 지배하는 무력의 '제국'이 아닌,나눔과 섬김의 자세로 평화와 문화를 전수하는'한글문화 강국'을 건설할 수 있다.

정원수 < 충남대 교수·국어교육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