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냉키 "제로금리 상당기간 유지"

美 고용·주택시장 여전히 불안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 '상당기간' 제로(0) 금리를 유지할 것이라고 재확인했다. 다만 인플레를 막기 위해 적절한 시기에 시중 유동성을 흡수하는 통화긴축 정책을 사용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버냉키 의장은 24일 미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에 출석해 아직은 민간수요가 저조하고 실업률이 높은 데다 인플레 압력이 낮아 현행 0~0.25%인 기준금리를 상당기간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하반기에 경제가 4% 성장했지만 상당 부분은 기업들이 재고를 줄인 뒤 생산을 늘린 덕분이고 올 하반기엔 경기회복을 위한 재정지원도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주택시장 상황도 아직은 불안하다고 진단했다.

버냉키 의장은 실업률이 10%에 육박하고 있는 데다 일자리가 부족해 고용시장 역시 여전히 취약하다고 밝혔다. 특히 실업자 가운데 40% 이상이 6개월 이상 실업상태로,이는 1년 전의 약 2배에 달해 우려된다고 설명했다. 또 에너지 가격이 오르긴 했지만 국제유가가 최근 몇 달 동안 큰 변동이 없어 인플레 압력이 당분간 낮을 것으로 내다봤다. 금융시장도 개선되고 있으나 은행대출이 위축돼 있다고 덧붙였다.

버냉키 의장은 이 같은 미약한 경기회복 초기 상황을 감안해 지난 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도 기준금리를 예외적인 낮은 수준으로 상당기간 유지할 것을 결정했다고 거듭 확인했다. 하지만 경제가 본격 성장하면 인플레를 막기 위해 적절한 시점에 통화긴축을 시작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한 수단으로 은행들의 초과 지불준비금 금리인상 등의 출구전략을 사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한편 미 재무부는 2000억달러의 단기 국채를 발행해 자금을 조달,FRB에 예치키로 했다. 이를 통해 FRB는 추가로 돈을 찍어내지 않고도 시장개입에 나설 수 있는 '실탄'을 확보하게 되며 시중 유동성을 흡수하는 효과도 거둘 수 있다.

워싱턴=김홍열 특파원/박성완 기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