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新실크로드'여는 한-이라크

대규모 사절단 방문·경협포럼 개최
경제·에너지 지원 상호보완 효과 커
이라크 하면 떠오르는 장면이 있다. 2007년 아시안컵 축구 결승전에서 사우디아라비아를 꺾고 승리를 자축하던 이라크인의 열광적 모습이다. 이라크는 2004년 아테네올림픽 4강에 이어 2007년 아시안컵 우승을 차지하며 '중동의 복병'으로 떠올랐다. 한국 축구와도 특별한 인연이 있다. 1993년 미국 월드컵 예선에서 이라크가 일본과 무승부를 기록한 덕분에 한국의 본선 진출이 가능해진 것.

축구가 현대 이라크의 열정과 희망을 대변한다면 메소포타미아 문명은 고대 이라크의 저력을 상징한다. 인류 최초의 도시와 문자를 만들어낸 메소포타미아 문명은 이라크의 뿌리이다. 국가 재건을 위한 최근 이라크의 노력은 현대의 열정과 과거 역사의 저력을 잘 보여준다. 이라크 정부는 지난해 30년 만에 두 차례의 유전 입찰을 시행해 10개 광구에 대한 계약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이라크는 사우디와 이란에 이어 세계 3위의 원유 매장국으로서 매장량은 1150억 배럴에 달한다.

그러나 원유 생산량은 걸프전 이후 급감해 현재 하루 240만 배럴(세계 12위) 수준에 머물러 있다. 지난해 이라크 정부의 국제 유전 입찰은 앞으로 추가 투자를 통해 이라크를 세계 최대 산유국으로 도약시키겠다는 다짐이다. 매장량이 1000억 배럴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는 서부 지역의 잠재성을 고려할 때 본격적인 탐사가 이뤄지면 이라크의 매장량은 사우디(2641억 배럴)를 능가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이라크 헌법에 따른 두 번째 총선이 3월 7일로 다가왔다. 총선 이후 신정부는 재건사업을 본격 추진할 전망이다. 발전,정유,제철,석유화학 등 산업 설비와 주택,도로,병원 등 인프라 건설에 재건 수요가 집중될 것이다. 이런 변화 속에서 이라크와의 교류는 우리에게 어떤 기회로 다가올 것인가. 4년간 재건 임무를 수행하면서'쿠르드의 진정한 친구'라는 찬사를 받은 자이툰 부대의 활동을 시작으로 양국 정부와 기업 관계자들은 12시간의 거리를 가로질러 서로의 땅을 밟아왔다.

현대중공업의 이동식 발전설비 공급,STX중공업의 제철소와 발전소 건설 계획 등이 이 같은 협력의 결과다. 지난해 입찰에서 한국가스공사가 확보한 주바이르 · 바드라 유전도 빼놓을 수 없다. 이러한 결실의 근간에는 지난해 2월 잘랄 탈라바니 이라크 대통령 방한 때 이명박 대통령과 체결한 경제 · 에너지 협력 MOU(양해각서)가 있다. 양국의 보완적 경제구조를 활용해 한국은 경제 지원을,이라크는 에너지 지원을 약속한 것이다.

이 같은 협력을 보다 구체화하기 위해 25일 최경환 지식경제부 장관을 단장으로 25개 기관,57명에 달하는 민 · 관 경제협력 사절단이 이라크를 방문했다. 최근 바그다드에서 외국 정부와 기업들이 참여한 행사로는 최대 규모이다. '제1차 한-이라크 경제협력 포럼'을 개최해 양국 정부와 기업인들이 경제협력 방안에 대해 머리를 맞대고 논의했다. 경협 사업을 효율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누리 알 말리키 이라크 총리에게 '한-이라크 경제 · 에너지 협력 협정'체결과 '경제협력 상설 협의체'구성도 제안했다. 한국에서는 지식경제부가 전담 창구가 돼 이라크와 경협 사업을 계속 지원해나갈 계획이다. 올해중 서울에서'제2차 한-이라크 경제협력 포럼'을 개최하기로 합의하는 등 지속적인 협력 의지도 공유했다. 무엇보다도 이번 방문은 얼굴을 맞대고 마음으로 다가서는 한국인의 이미지를 이라크인들에게 심어줬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제는 신(新) 실크로드를 따라 힘차게 흘러가 서로 교류하는 일만 남았다. 실크로드를 건너온 아랍 상인들과 신라인들 간의 만남에서 비롯된 천년 교류의 역사를 이어받아 한국과 이라크의 협력 시대가 새롭게 열리길 기대한다.

김영학 < 지식경제부 2차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