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롱런비결요? 시대 초월하는 울림 때문일걸~"

창작연극 '이' 10주년 기념 무대 오른 배우 오만석씨

흥행 영화 '왕의 남자'의 원작 연극 '이'의 10주년 기념 무대에 오르는 배우 오만석씨(35)의 감회는 남다르다. 2000년 '이'가 초연할 당시 그는 배우 인생에서 처음으로 주인공이 되어 무대에 섰고,한국연극협회 신인연기상을 받았다. 이후 수차례 공길 역으로 출연해온 그는 이번 무대에서 다섯번째이자 마지막으로 공길이 된다. 초연 전 학교(한국예술종합학교연극원) 공연에서도 공길이었으니 인연이 깊다.

24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만난 오씨는 "'이'의 장수 비결은 탄탄한 구성과 시대를 초월하는 울림"이라고 말했다. 척박한 상황에서 창작 연극이 장기간 대중성과 작품성을 동시에 인정받으며 버티기란 쉽지 않다. 오씨는 '이'의 10년 생존이 이례적으로 받아들여지는 현실을 안타까워하기도 했다.

"창작작품은 지원하고,검증된 작품은 상업적 무대로 넘어갈 수 있도록 돕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죠."

오씨가 공길 역을 맡게 된 건 우연이었다. 학교 공연 캐스팅 발표 전 연산 역을 연습했던 그는 "마땅히 공길을 할 사람이 없다"는 이유로 '엉겁결에' 캐스팅됐다. 초연 때 객원 배우로 공길 역을 하게 되었고 그 이후로 '줄기차게' 공길이었다. '이'의 뮤지컬 버전에서 연산을 연기할 기회가 왔지만 사정상 참가하지 못하게 됐다고.오씨는 "앞으로 더 새로워질 '이'를 위해 더이상 공길을 연기하지 않을 생각"이라고 밝혔다. 연극과 뮤지컬 배우 활동,TV 드라마 출연,뮤지컬 연출 등 10년 넘게 여러 경험을 하는 동안 그의 표현력도 조금씩 변했다.

"초연에 비해 외모나 체력은 좀 떨어졌을지도 모르지만(웃음) 공길의 내면은 더 잘 보여줄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공길이나 장생처럼 저도 광대잖아요. 특히 대접받고 인정받는 삶을 추구하려는 공길과 그에 타협하지 않으려는 장생의 대립이 드러나는 5장을 연기할 때 마음이 아파요. 공길처럼 현실에만 매달려서도 안되고 장생처럼 이상만 바라볼 수도 없고,그 사이에서 답을 찾아가야 하는 게 삶이지 않을까요. 아직도 둘 중 어느 쪽도 편들기 힘드네요. "

'이'는 조선 연산군 시대를 배경으로 연산과 녹수,광대인 공길과 장생의 애증과 모략을 그린 연극이다. 이번 10주년 기념 특별공연에는 오씨를 비롯한 김내하,정석용,이승훈,조희봉,김호영 등이 출연한다. 3월 21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 토월극장.4~6만원.1588-5212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