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포럼] 실속없는 '한국방문의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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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교롭게도 한국 중국 일본 모두 올해를 '방문의 해'로 정했다. 중국 일본은 올해만이고,한국은 2012년까지 3년 동안이다. 적어도 올 한 해 동안 한 · 중 · 일 3국이 해외 관광객을 더 끌어들이기 위해 전에 없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게 된다는 얘기다.
가장 요란하게 치고 나가는 것은 한국이다. 재계 학계 문화예술계의 쟁쟁한 인사 20여명으로 위원회를 구성한 데 이어 김윤옥 여사를 명예위원장으로 위촉했다. 홍보대사로는 배용준 김연아를 임명했다. 이 정도면 막강한 라인업이라 할 만하다. 선포식도 서울 도쿄 상하이에서 세 번을 열었다. 한국방문의해 위원회와 한국관광공사는 내달 초부터 대만 일본 중국 등에서 한국관광 설명회를 잇따라 개최한다. 중국 여행사와 언론사 대상 설명회(4월 베이징),한류스타 초청 유치행사(5월 방콕) 등도 줄줄이 잡혀 있다. 한국관광공사의 올해 해외관광객 유치 목표는 850만명이다. '환율효과'로 사상 최고 기록을 세웠던 지난해의 780여만명보다 70여만명이 많다. 서울시는 한 술 더 뜬다. 서울에만 1000만명을 유치하겠다고 나섰다. 방한 외국인의 80% 정도가 서울을 거쳐간다고 치면 나라 전체로 올해 외국인 1250여만명이 들어와야 한다는 의미다. 목표를 야심적으로 잡았다고 해서 흠 될 건 없지만 뭔가 공허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이참 관광공사 사장이 올해 사업계획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서울시가 해외관광객 1000만명을 유치한다고 했으니 서울시만 믿습니다"라고 농반진반의 말을 던진 것만 봐도 그렇다.
실제 성적도 기대에 못 미치는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지난 1월 우리국민이 해외여행으로 쓴 돈은 10억7000만달러인 데 비해 수입은 6억6000만달러에 그친 것으로 한국은행은 집계했다. 한국방문의 해 첫달에 4억1000만달러 적자를 낸 것이다.
문제는 앞으로도 상황이 나아질 것 같지 않다는 점이다. 환율하락으로 국내여행의 가격 경쟁력이 떨어졌기 때문만은 아니다. 한국관광을 가로막는 여러 요인들이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어서다. 무엇보다 연휴나 성수기에 중국 일본 등에서 한국행 항공권을 구하는 게 '하늘의 별 따기'처럼 어렵다. 한국에서 출발하는 항공권 값이 비싸기 때문에 주요 항공사들이 한국 위주의 영업을 하고 있어 외국관광객은 뒤로 밀려나는 탓이다. 한국인 해외 여행객이 늘어날수록 방한 외국인은 줄어드는 구조다. 1월 중국 일본 관광객이 크게 감소한 것도 환율하락과 함께 한국행 항공권을 구하지 못한 것이 주요 이유라고 한다. 관광호텔 영세율(부가가치세를 부과하지 않는 제도)이 올해 초 폐지된 것에 대해서도 말들이 많다. 가뜩이나 숙박료가 비싼 마당에 부가가치세 10%가 붙으면 가격경쟁력에서 밀릴 수밖에 없어서다. 과세 형평성 문제가 있기는 하나 영세율폐지로 인한 세수증가와 관광객 감소의 실익여부를 면밀하게 따져봐야 할 것 같다. 중국 여행객 등에 대한 선별적 비자 면제 역시 말만 무성할 뿐 시행은 계속 미뤄지고 있다.
외국 관광객을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거창한 목표를 세우고 요란한 마케팅을 펼치는 것도 좋지만 관광객 유입의 자연스런 흐름을 끊는 걸림돌을 제거하는 것이 우선이다. 그게 한 · 중 · 일 3국이 동시에 전개하고 있는 '방문의 해' 경쟁에서 우리가 밀리지 않는 길이기도 하다.
이정환 논설위원 jhlee@hankyung.com
가장 요란하게 치고 나가는 것은 한국이다. 재계 학계 문화예술계의 쟁쟁한 인사 20여명으로 위원회를 구성한 데 이어 김윤옥 여사를 명예위원장으로 위촉했다. 홍보대사로는 배용준 김연아를 임명했다. 이 정도면 막강한 라인업이라 할 만하다. 선포식도 서울 도쿄 상하이에서 세 번을 열었다. 한국방문의해 위원회와 한국관광공사는 내달 초부터 대만 일본 중국 등에서 한국관광 설명회를 잇따라 개최한다. 중국 여행사와 언론사 대상 설명회(4월 베이징),한류스타 초청 유치행사(5월 방콕) 등도 줄줄이 잡혀 있다. 한국관광공사의 올해 해외관광객 유치 목표는 850만명이다. '환율효과'로 사상 최고 기록을 세웠던 지난해의 780여만명보다 70여만명이 많다. 서울시는 한 술 더 뜬다. 서울에만 1000만명을 유치하겠다고 나섰다. 방한 외국인의 80% 정도가 서울을 거쳐간다고 치면 나라 전체로 올해 외국인 1250여만명이 들어와야 한다는 의미다. 목표를 야심적으로 잡았다고 해서 흠 될 건 없지만 뭔가 공허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이참 관광공사 사장이 올해 사업계획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서울시가 해외관광객 1000만명을 유치한다고 했으니 서울시만 믿습니다"라고 농반진반의 말을 던진 것만 봐도 그렇다.
실제 성적도 기대에 못 미치는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지난 1월 우리국민이 해외여행으로 쓴 돈은 10억7000만달러인 데 비해 수입은 6억6000만달러에 그친 것으로 한국은행은 집계했다. 한국방문의 해 첫달에 4억1000만달러 적자를 낸 것이다.
문제는 앞으로도 상황이 나아질 것 같지 않다는 점이다. 환율하락으로 국내여행의 가격 경쟁력이 떨어졌기 때문만은 아니다. 한국관광을 가로막는 여러 요인들이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어서다. 무엇보다 연휴나 성수기에 중국 일본 등에서 한국행 항공권을 구하는 게 '하늘의 별 따기'처럼 어렵다. 한국에서 출발하는 항공권 값이 비싸기 때문에 주요 항공사들이 한국 위주의 영업을 하고 있어 외국관광객은 뒤로 밀려나는 탓이다. 한국인 해외 여행객이 늘어날수록 방한 외국인은 줄어드는 구조다. 1월 중국 일본 관광객이 크게 감소한 것도 환율하락과 함께 한국행 항공권을 구하지 못한 것이 주요 이유라고 한다. 관광호텔 영세율(부가가치세를 부과하지 않는 제도)이 올해 초 폐지된 것에 대해서도 말들이 많다. 가뜩이나 숙박료가 비싼 마당에 부가가치세 10%가 붙으면 가격경쟁력에서 밀릴 수밖에 없어서다. 과세 형평성 문제가 있기는 하나 영세율폐지로 인한 세수증가와 관광객 감소의 실익여부를 면밀하게 따져봐야 할 것 같다. 중국 여행객 등에 대한 선별적 비자 면제 역시 말만 무성할 뿐 시행은 계속 미뤄지고 있다.
외국 관광객을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거창한 목표를 세우고 요란한 마케팅을 펼치는 것도 좋지만 관광객 유입의 자연스런 흐름을 끊는 걸림돌을 제거하는 것이 우선이다. 그게 한 · 중 · 일 3국이 동시에 전개하고 있는 '방문의 해' 경쟁에서 우리가 밀리지 않는 길이기도 하다.
이정환 논설위원 j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