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소기업의 길 'i 매뉴팩처링'] (2)설계기술도 빌려준다…로봇이 만드는 휴대폰 커버

"안드로이드폰에도 쓰이죠"…금형전문 캐스트로닉스
생기원서 장비 도입 후 불량룰 떨어지며 품질 인정
車 헤드램프 금형사업도 진출

24일 경기 안산시 반월공단에 있는 금형전문회사 캐스트로닉스(대표 김광석).4950㎡ 크기의 공장에서는 10여대의 로봇이 쇳물을 금형틀에 붓고 완성된 휴대폰 및 자동차 부품을 틀에서 떼어내 다듬는 마무리 공정까지 진행하고 있었다. 이 회사 김광석 대표는 "현재 국내에서 금형에 주물을 넣는 주입기 조작까지도 로봇으로 하는 곳으로 우리회사가 다섯손가락 안에 꼽을 정도"라며 "2008년 한국생산기술연구원의 금형틀 설계 시뮬레이션 프로그램과 완성품 검사장비를 도입한 후 불량률이 기존의 절반 이하로 떨어지는 등 품질이 안정돼 가능해진 일"이라고 설명했다.

캐스트로닉스는 2009년 1월 이후 대만 HTC사에 안드로이드폰(구글의 모바일 운영체제 '안드로이드'를 탑재한 스마트폰) 슬라이드 후면에 부착하는 안쪽 커버를 납품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출시된 HTC사의 스마트폰 슬라이드에 사용된 제품은 모두 이 회사가 만든 것이다. 당초 이 부품은 캐스트로닉스의 경쟁 업체가 맡으려고 했다가 전체 생산량의 65%에 달하는 불량품 발생을 감당치 못해 개발을 포기한 품목이었다. 2008년 6월 캐스트로닉스는 이 골치덩어리를 맡기로 결정했다. 그해 초 러시아의 한 휴대폰회사가 만들려고 했던 휴대폰 외장 커버 500만개 납품건이 갑자기 취소돼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수주한 것이었다. 김 대표는 "생산설비 구매와 개발비 등 당시 한 해 매출의 2배 가까운 약 50억원을 들인 프로젝트가 무산돼 도산 위기에 몰리면서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고 말했다.

물론 개발은 어려웠다. 제품의 두께가 2㎜가 채 안 되고 평평해 주물 과정에서 기포가 기준치보다 조금이라도 더 많이 들어가면 표면에 기포 자국이 보이는 불량품이 되기 때문이었다.

약 6개월간 고심하던 차에 김 대표는 우연히 생기원이 설계 시뮬레이션 프로그램인 '사이버 엔지니어 U24'를 중소기업에 무료로 빌려준다는 것을 알게 됐고 개발 과정에 도입했다. 이 프로그램은 금형틀 설계에 따라 쇳물의 온도나 쇳물이 틀에 부어지는 데 걸리는 시간,쇳물이 흘러 들어가는 경로 등을 미리 예측,불량 가능성을 가늠해 볼 수 있는 것이 특징.그는 "보통 금형은 찍어봐야 확인할 수 있는 특성상 금형 한개를 개발하려면 10회 이상 수정하기 일쑤인데 이 프로그램을 이용하자 세번 만에 끝내는 등 개발 시간과 비용을 70% 이상 줄일 수 있어 약 6억6000만원의 비용을 절감하는 효과를 냈다"고 설명했다. 회사는 시뮬레이션 프로그램을 이용하면서 불량률도 경쟁 회사의 절반 수준인 약 30%로 낮춰 2008년 11월 HTC사와 최종 납품 계약을 맺는 데 성공했다. 지난해 30억원어치를 파는 등 회사 매출도 30%가량 늘었다. 어려운 품목 개발에 성공하면서 '실력'이 뛰어나다는 입소문이 나 주문도 밀려들었다. 현재 회사가 만드는 휴대폰 금형은 삼성전자 LG전자 노키아의 제품 생산에까지 쓰이고 있다.

회사는 기세를 몰아 지난해 말 100억원을 추가로 투자해 중국에 2만3100㎡ 규모의 공장을 세우고 국내 및 중국공장에 자동화 생산시설을 도입하기도 했다. 최근 캐스트로닉스는 생기원의 프로그램을 이용,현대모비스와 공동 연구를 통해 기존 부품보다 50% 정도 무게가 가벼운 헤드램프 금형을 개발하면서 자동차 부품 분야 진출도 준비 중이다.

김 대표는 "크라이슬러 등에도 납품이 예정돼 있어 자동차 부품 분야에서만 올해 약 71억원의 추가 매출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올해 약 150억원의 매출을 올릴 것"이라고 밝혔다.

안산=임기훈 기자 shagg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