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3D LED 시장 연다] '이건희 안경' 무게 30g…2시간 충전하면 30시간 사용

'CES 지적' 뒤 획기적 개선
삼성전자가 25일 3D LED TV와 함께 공개한 안경의 무게는 30g에 불과하다. 기존 3D TV용 안경의 40% 수준이다.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가전전시회 'CES'에 내놨던 시제품보다 훨씬 착용감도 좋아졌다. 흘러내림도 줄었고 오래 끼고 있을 때 불편함도 많이 사라졌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건희 전 회장이 3D TV용 안경의 중요성에 대해 언급한 후 연구개발진이 역량을 총투입해 소비자들이 원하는 안경을 만들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 삼성전자 3D TV용 안경을 '이건희 안경'이라 부르는 이유다. CES에 참석했던 이 전 회장은 당시 삼성은 물론 소니,샤프,LG 전시관에도 들러 일일이 안경을 착용해가며 3D TV 화면을 감상했다. 취재진이 안경을 끼어본 소감을 묻자 "다 거기서 거기지"라고 말해 안경에 대한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TV기술은 세계에서 가장 앞서나가면서 3D TV의 핵심 제품 중 하나인 안경은 왜 수준을 맞추지 못하고 있느냐는 질타도 담겨 있었다.

실제 전시장 관람 도중 최지성 삼성전자 사장을 붙들고 안경품질 개선을 강력하게 주문하기도 했다. 이 전 회장은 자신의 주머니에 들어있던 돋보기를 꺼내보이며 "안경은 여기가 편해야 한다"며 코받침과 안경다리를 더 편하게 만들라고 거듭 강조하기도 했다.

삼성전자 TV 개발팀은 라스베이거스에서 돌아오자마자 새로운 안경을 개발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개발 파트너인 김천대학교 안경학과팀과 별도의 개발팀도 만들었다. 회사 관계자는 "오늘 발표한 3D TV용 안경은 TV와 전기신호를 주고 받으며 TV를 시청할 수 있게 해주는 전자제품"이라며 "삼성의 기술진과 안경을 전문적으로 만드는 대학 연구진이 결합해 철저히 소비자 입장에서 제작했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또 착용감 무게뿐만아니라 디자인 분야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종류도 다양화했다. 배터리식과 TV에 꽂아 충전하는 충전식을 별도로 내놨고 성인용과 아동용도 구분했다. 충전식은 2시간 충전하면 30시간가량 이용할 수 있다. 삼성전자는 향후 색깔과 디자인을 차별화해 3D TV용 안경의 디자인 경쟁에서도 앞서가겠다는 구상이다.

삼성이 이처럼 안경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안경 3D 시대가 오래 갈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윤부근 사장은 "안경을 안 끼고 볼 수 있는 3D TV에서 현재와 같은 화질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패널 성능이 9배가량 향상돼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재 기술로는 불가능하기 때문에 결국 안경이 또하나의 승부처가 될 것이라는 게 윤 사장의 설명이다.

김용준 기자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