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 전열 재정비…최후의 승자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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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철 사장 내정자 인터뷰
"안정된 재무구조 발판 필요한 투자 과감히 할 것"
정통 현대맨 출신…낸드플래시 수익원 창출 주역
"중책을 맡아 어깨가 무겁습니다. 하지만 온갖 우여곡절을 거쳐 정상화된 회사인 만큼 주주와 임직원들의 기대에 한치도 어긋남이 없도록 열심히 뛰겠습니다. " 25일 주주협의회로부터 차기 하이닉스반도체 최고경영자(CEO)로 지명된 권오철 전무(52)는 상기된 목소리로 포부를 밝혔다. 그는 "최근 한국 반도체 업계를 겨냥한 일본과 미국 업체들의 견제와 추격이 심상치 않다"며 "갈수록 격화되는 글로벌 경쟁에서 최후의 승자가 될 수 있도록 전략과 전열을 재정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인사이트가 있는 인물"사내 최고의 전략통으로 손꼽히는 권 내정자는 2003년 유럽계 반도체 회사인 ST마이크로와의 전략적 제휴를 성사시켜 낸드플래시 사업을 새로운 수익원으로 편입시키는 역량을 발휘했다. 이어 미국과 유럽연합(EU)을 상대로 상계관세 협상을 벌여 자칫 공급선이 막힐 수도 있었던 위기국면을 무난하게 수습했다. 2005년엔 대만 프로모스와의 전략적 제휴를 성공시키고 ST마이크로와 중국 우시에 합작공장 설립을 위한 합의도 이끌어냈다.
하이닉스 엔지니어들이 공정기술을 삼성에 버금가는 수준으로 따라잡는 동안 글로벌 경영 확대를 본격화, 워크아웃 조기 졸업의 발판을 마련하는데 일조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회사의 한 임원은 "권 내정자는 분석적인 성향에 시야가 넓은 편"이라며 "이야기를 나눠보면 인사이트(통찰력)가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고 말했다.
권 내정자는 "어느 누구보다 회사 문화와 직원들의 여망을 잘 이해하고 있다고 자부한다"며 "내부역량을 최고로 끌어올려 다가오는 반도체 업계의 질서 재편에 대비하겠다"고 말했다. 현대전자(하이닉스의 전신) 출신의 정통 '현대맨'인 그는 이번 주주협의회와의 면접을 통해서도 조직 내부를 통합시킬 수 있는 최적임자라는 평가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재무구조 안정에 역점"
권 내정자는 하이닉스 채권단의 지분 매각과 관련해 "현 단계에서 지배구조 변화를 예단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경영 환경 변화에 따라 얼마든지 좋은 주인을 만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투자를 포함한 전반적인 경영계획에 대해서는 아직 밝힐 단계가 아니라면서도 "안정된 재무구조를 발판으로 필요한 투자는 과감히 해나갈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권 내정자는 이어 "하이닉스는 영업이익이 제로(0)가 된다 하더라도 연간 2조8000억원의 EBITDA(영업이익에 감가상각비용을 더한 금액)를 창출하는 사업구조를 갖고 있다"며 "올해 반도체 업황이 지난해보다 좋을 것으로 예상돼 재무구조를 안정시키기 좋은 여건"이라고 덧붙였다. 권 내정자는 삼성전자 단독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최지성 사장(59)과 서울대 무역학과 동문이다. 최 사장이 인문계 출신이라는 핸디캡을 극복하기 위해 1000쪽짜리 반도체 이론서를 통째로 외웠다는 일화를 갖고 있듯이 권 내정자 역시 무섭게 파고드는 학구파로 알려져 있다. 마케팅 팀장을 다년간 역임해 해외 바이어 동향에 밝고,지난해 4월부터 중국 우시법인장으로 일하며 현장 감각도 착실하게 쌓았다는 평이다.
◆채권단 지분 13% 연내 매각
한편 하이닉스반도체 채권단으로 구성된 주주협의회는 서면결의를 통해 보유지분 28% 중 13%에 대한 매각제한을 해제하고 연말까지 시장에 블록세일(지분일괄매각) 등의 방법으로 팔기로 했다고 밝혔다. 주주협의회는 상반기에 8%를 우선 처분하고,하반기에 추가로 5%의 지분을 매각하기로 했다. 협의회 측은 하이닉스의 공개입찰이 연거푸 무산되면서 외환은행 등 일부 채권단의 지분 조기매각 요구를 더 이상 외면할 수 없어 이같이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보유 지분에 따라 산정된 매각 가능 주식을 모두 팔 경우 최대 주주인 외환은행의 지분은 6.4%에서 2.9%로 떨어진다. 우리은행도 6.2%에서 3.3%로,신한은행도 4.7%에서 2.5%로 각각 하락한다. 다만 정책금융공사는 하이닉스에 대한 경영권 유지를 위해 5.5%인 현재의 지분을 팔지 않고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조일훈 기자 ji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