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재 상품 전망] 국제 유가 이미 80弗선…비철금속도 2~3년간 공급 부족

원유 비철금속 곡물 등 국제 원자재 가격이 다시 상승세를 타고 있다. 지난해 가격이 많이 올랐던 원자재 가격은 올해 들어 중국의 긴축 움직임과 유럽 국가들의 재정 위기 등에 대한 우려로 급락세를 보였지만 지난달 중순부터 경기 회복 기대감이 되살아나면서 반등,대부분 지난해 말 수준을 회복했다.

지난달 5일 배럴당 71.19달러였던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3주간 10% 넘게 급등,80달러에 바짝 다가섰다. 같은 기간 중 구리 가격은 t당 6000달러대 초반에서 7000달러대로 올라섰다. 전문가들은 세계 경제의 회복세와 함께 원자재 가격이 상승세를 지속할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발 가격 상승 지속

최근 원자재 가격을 끌어올리고 있는 것은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다. 지난해 원자재 가격 상승의 배경이 각국의 저금리 정책에 따른 풍부한 유동성이었다면 올해는 세계 경제 회복으로 생산과 투자가 활기를 띠면서 원자재 수요가 증가,가격이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다.

원자재 수요 증가의 중심에는 중국이 있다. 중국은 '원자재 블랙홀'이라는 별명을 얻을 정도로 많은 자원을 소비하고 있다. 중국의 고성장은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중국은 전 세계 철광석 소비량의 57%를 차지하고 있고 구리 납 아연 등 6대 비철금속 소비량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40%가 넘는다. 중국이 전문가들의 예상대로 올해 9%에 가까운 경제 성장을 한다면 원자재 가격의 상승세는 더욱 가팔라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구리 등의 가격이 전년 대비 2배 이상 오른 것도 중국이 재고를 축적할 목적으로 원자재를 대거 매입한 영향이 컸다.

비철금속의 경우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연기되거나 취소된 개발 프로젝트가 많다는 점도 가격 상승을 점치게 하는 요인이다. 이은주 삼성선물 해외상품선물팀 연구원은 "중단됐던 개발 프로젝트가 재개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앞으로 2~3년간 공급 부족이 지속될 수 있다"고 말했다.

◆국제유가 연말 90달러주요 원자재 중 큰 폭의 가격 상승이 예상되는 것은 구리 납 등의 비철금속이다. 세계 경제 회복이 지속되면 산업의 기초 소재인 비철금속 수요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 각국 정부가 경기 부양을 위해 시작한 사회간접자본 투자에도 비철금속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비철금속 가격은 단기 급등에 따른 조정을 받을 가능성도 있다. 김유진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원은 "비철금속 가격은 전반적으로 상승세를 유지하겠지만 수급 및 재고 수준에 따라 상품별로 차이를 보일 것"이라며 "구리와 니켈의 가격은 큰폭으로 오르는 반면 알루미늄은 가격 상승폭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제 유가도 세계 경제 회복세와 함께 연중 상승세를 지속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비철금속에 비해 가격 상승폭은 크지 않을 전망이다. 주요 연구기관들은 현재 배럴당 80달러 안팎인 국제 유가가 올 연말 배럴당 90달러까지 상승할 것으로 점치고 있다. 미국 일본 유럽 등 선진국의 경기 회복세가 아직 뚜렷하지 않다는 점이 국제 유가 상승을 제한하는 요인이다. 중국이 높은 성장률을 유지할 것으로 보이지만 전 세계 석유 소비량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10%가량에 불과해 중국의 수요만으로는 유가 상승에 한계가 있다는 분석이다.

곡물 가격은 품목별로 다른 양상을 보일 것으로 점쳐진다. 김유진 연구원은 "옥수수와 밀은 주요 생산국의 수확량이 작년보다 늘어날 것으로 보여 가격이 안정되겠지만 원당 고무 커피 등은 생산량이 줄면서 가격이 상승할 것"이라고 말했다.

◆출구전략과 달러가치가 변수

원자재 가격의 흐름을 바꿔놓을 수 있는 최대 변수는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을 비롯한 각국의 출구전략이다. 경기 회복에 따라 수요가 증가한다고 해도 금리 인상 등으로 시중 유동성이 줄어들면 원자재 시장으로 유입되는 투기성 자금이 감소하면서 가격이 떨어질 수 있다. 원유를 비롯한 주요 원자재가 뉴욕 상품거래소 등 공개된 시장에서 거래되고 있는 이상 실수요 외에 투기 수요의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다. 출구전략 시행 시기가 계속 늦어지고 있지만 올해 안에는 각국이 본격 시행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지난달 초까지 나타났던 원자재 가격의 급락세도 출구전략에 대한 시장의 공포감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은주 연구원은 "출구전략이 본격화되면 원자재 가격은 큰폭의 조정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원자재 가격과 반대 흐름을 보이는 달러화 가치가 최근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점도 변수다. 달러화는 지난해에 이어 약세를 지속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유럽 국가들의 재정 위기가 불거지고 미국 경제가 유럽에 비해 빠른 회복세를 보이면서 강세로 돌아섰다. 주요 6개 통화에 대한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지난해 3월과 비슷한 81까지 상승했다. 달러화 강세가 지속되면 국제 금융시장 전반에 위험자산 선호도가 낮아지면서 원자재에 대한 투자가 감소할 수 있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