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시황이 불에 태운건 종이책이 아니었다

MBC라이프 6부작 다큐 '페이퍼 로드'
'분서갱유'(책을 태우고 학자를 파묻는다)로 유명한 중국 진시황이 태운 것은 종이책이 아니었다. 대나무와 나무에 글씨를 쓴 죽간과 목간이었다. 종이는 그 후 서기 105년 후한(後漢)시대의 환관 채륜(蔡倫)이 발명한다. 죽간과 목간에 기록된 자료들은 종이에 옮겨지고 톈산산맥을 넘어 서역과 유럽 등지로 전파된다. 이로써 종이는 지식 전달의 매개체로 인류의 학문과 문화,예술을 꽃피우는 데 결정적으로 기여한다.

케이블채널 MBC라이프가 다음 달 1일부터 매주 월요일 오후 11시에 방송하는 '페이퍼 로드'의 첫 편 내용이다. '페이퍼 로드'는 2000년 동안 이뤄진 종이의 전파 경로를 밝혀내고 인류 문명사를 탐사하는 6부작 HD 다큐멘터리.지난해 5월부터 10개월간 제작비 10억 원을 투입해 한국과 중국,일본,독일,이탈리아 등 13개국에서 촬영했다. 이 프로그램은 상반기 중 일본 NHK를 비롯해 아시아와 유럽,중동 지역에 판매될 예정이다. 총연출을 맡은 편일평 PD는 "'페이퍼 로드'는 전파 미디어가 종이의 가치를 새삼 인식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작품"이라고 말했다.

종이의 탄생 과정을 담은 1부에 이어 2부 '종이의 황금시대'에서는 중국 남북조 시대 이후 완숙한 단계로 접어든 제지술과 인쇄술 덕분에 학문과 문화,예술의 황금시대가 일어나게 된 배경을 조명해 본다. 3부 '서역으로 가는 길'은 종이가 중앙아시아와 이슬람권으로 전해지는 과정을 따라간다. 종이가 전파된 9~15세기 서역에서는 '지식 혁명의 시대'로 일컬어질 만큼 200만 권 이상의 책이 쏟아졌다. 4부 '바다를 건넌 종이의 신'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종이의 신을 섬기는 나라 일본의 모습,5부 '종이,근대의 방아쇠를 당기다'는 종이책이 지식을 전파함으로써 유럽의 르네상스와 종교개혁,프랑스 대혁명 등에 큰 영향을 끼친 역사를 살펴본다. 마지막 6부 '위대한 여정'에서는 종이와 책으로 촉발된 기록 문명의 미래상을 조명한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