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탄소세 도입에 선행돼야 할 것

17세기 산업혁명 이후 경제발전에 전력해 온 인류는 20세기 말 들어 환경의 중요성을 인식하기 시작하면서 OECD와 동구권 등 38개국은 1997년 온실가스를 2012년 말까지 1990년 대비 5.2% 감축하는 교토의정서 협정을 체결했다. 그러나 미국 중국 등 경제대국들이 참여하지 않았고,지구온난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2009년 12월 코펜하겐에서 열린 유엔기후변화협약에서는 선진국들이 2020년까지 온실가스를 2005년 대비 약 20~40% 감축할 것을 약속했다. 우리나라도 탄소배출량을 약 4% 감축한다는 정책을 2009년 말 마련했다.

우리나라는 1970년 이후 중화학공업 중심으로 경제를 발전시키면서 탄소배출이 급증했다. 최근 탄소세의 전 단계로 탄소배출권거래제도를 도입하기 시작했지만,이 제도는 탄소를 줄이는 데 한계가 있으므로 우리나라도 유럽 선진국들처럼 탄소세 도입을 준비해야 할 시점이다. 탄소세란 제품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에 대해 일정률의 세금을 부과하는 제도다. 탄소세의 성격에 대해선 몇 가지 정할 게 있다. 첫째,많은 정보와 효율적 감시 능력이 필요한 직접탄소세보다 효율적인 시장이 존재하고 정책목표가 오염 억제와 조세 수입인 간접탄소세가 합당하다. 둘째,오염원 중 제품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에 과세하므로 징세권과 세수보유권을 중앙정부가 갖는 국세가 합당하다. 셋째,세목은 세입을 반드시 탄소배출량 억제에 사용하는 목적세가 적합하다.

탄소세 징수액 중 50% 정도는 탄소배출을 줄이는 시설이나 기술개발 등에 활용하고,나머지 50%는 탄소흡수 능력에 따라 시 · 도별로 배분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그러나 탄소세를 도입하기 위해서는 탄소세 부과로 인해 국가경쟁력 저하 등 산업계의 반대와 저소득층에 대한 조세부담 전가문제 등 많은 장애요소가 있다. 또한 조세체계상 목적세의 폐지 추세에 역행하고 세목 축소라는 세계적인 조세개혁 조류에 맞지 않는 등 탄소세를 현실화하기 위해서는 많은 문제들이 해결돼야 한다. 만일 탄소세를 탄소배출 t당 10달러(1만1600원)를 부과하면 우리나라 제조업의 제품가격이 평균 0.574% 상승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산업별로는 석유 및 석탄제품업이 2.99%,전기 가스 수도업이 2.71% 등 중공업이 높게 상승하고,금융 및 보험이 0.06%,부동산 및 사업서비스업이 0.07% 등 서비스업이 낮게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탄소세 도입에 앞서 고려해야 할 점은 첫째,선진국 등의 정책 추이를 보며 우리 실정에 맞는 법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탄소세 징수액의 배분도 누구나 수긍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둘째,탄소세를 신설하면 선박,합금철,시멘트 품목의 국제경쟁력 저하로 인해 조세저항이 예상된다. 따라서 부담이 상대적으로 낮은 서비스 산업 중심으로 도입해야 할 것이다. 셋째,탄소세 신설에 따른 저소득층 보호를 위해 에너지 바우처제도,생계형 사업자 유가보조금 제도,에너지 복지프로그램 등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대책이 필요하다.

조계근 <강원발전연구원 선임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