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오심(誤審)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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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6년 멕시코 월드컵 8강전에서 0-0으로 비기고 있던 후반 6분 아르헨티나의 마라도나가 뒤에서 날아온 공을 헤딩해 영국 골문에 넣었다. 주심은 골로 인정했으나 비디오 판독 결과 마라도나가 왼손으로 공을 건드린 것으로 드러났다. 마라도나는 "내 손이 아니라 신의 손이 넣은 것"이라는 아리송한 말을 했지만 2008년 영국 국민에게 사과했다. 유명한 '신의 손'사건이다.
2004년 아테네올림픽 남자 기계체조 개인종합 경기에 나선 양태영은 평행봉에서 누가 봐도 10점짜리 연기를 펼쳤으나 심판진은 9.9점으로 판정했다. 양태영은 철봉 연기에서 미국의 폴 햄에게 역전을 허용해 은메달에 머물렀다. 국제체조연맹은 비디오 판독 끝에 오심(誤審)을 인정해 심판을 징계했으면서도 '한번 정한 메달은 바뀔 수 없다'고 못을 박았다. 스포츠의 세계에서 오심은 다반사다. 대부분 심판이 선수들의 몸놀림이나 공의 움직임을 따라가지 못해 생긴다. 과학잡지 '네이처'는 축구의 오프사이드 판정 착오가 10%나 된다고 분석했다. 프로야구에서 스트라이크와 볼 판정 오심이 경기당 5개 이하면 일급 심판으로 평가받는다고 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오심을 둘러싼 음모론도 심심치 않게 나온다. 월드컵 개최국이 16강 진출에 실패한 적이 없는 이유에 대해서는 홈팀이 일찍 탈락하면 흥행에 문제가 생기는 탓에 FIFA(국제축구연맹)가 심판들을 조종한다는 해석이 뒤따른다. 영국 울버햄프턴 대학 연구소는 '홈팬들의 함성을 듣고 있는 심판이 15% 정도 홈팀에 유리한 판정을 내린다'는 심판의 심리 연구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밴쿠버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3000m 경기에서 제일 먼저 결승선을 끊은 한국팀이 실격처리되자 오심논란이 일고 있다. 더구나 주심은 2002 솔트레이크시티 동계올림픽 때 김동성의 금메달을 빼앗아 갔던 호주 출신 제임스 휴이시라니 이런 악연이 없다.
어떤 경기에서든 일단 심판의 판정이 내려지면 그만이다. 오심논란이 일 때마다 판정을 번복하다가는 경기진행 자체가 어려워질 수도 있는 탓이다. '오심도 경기의 일부'라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오심도 오심 나름이다. 사람이 하는 일이라 순간적 판단착오에 의한 것은 어쩔 수 없다지만 고의나 아집(我執)에서 비롯된 오심은 스포츠의 의미를 훼손하게 된다. 중요한 것은 누구나 틀릴 수 있다는 전제 아래 오류를 줄여나가려는 '열린 마음'이다.
이정환 논설위원 jhlee@hankyung.com
2004년 아테네올림픽 남자 기계체조 개인종합 경기에 나선 양태영은 평행봉에서 누가 봐도 10점짜리 연기를 펼쳤으나 심판진은 9.9점으로 판정했다. 양태영은 철봉 연기에서 미국의 폴 햄에게 역전을 허용해 은메달에 머물렀다. 국제체조연맹은 비디오 판독 끝에 오심(誤審)을 인정해 심판을 징계했으면서도 '한번 정한 메달은 바뀔 수 없다'고 못을 박았다. 스포츠의 세계에서 오심은 다반사다. 대부분 심판이 선수들의 몸놀림이나 공의 움직임을 따라가지 못해 생긴다. 과학잡지 '네이처'는 축구의 오프사이드 판정 착오가 10%나 된다고 분석했다. 프로야구에서 스트라이크와 볼 판정 오심이 경기당 5개 이하면 일급 심판으로 평가받는다고 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오심을 둘러싼 음모론도 심심치 않게 나온다. 월드컵 개최국이 16강 진출에 실패한 적이 없는 이유에 대해서는 홈팀이 일찍 탈락하면 흥행에 문제가 생기는 탓에 FIFA(국제축구연맹)가 심판들을 조종한다는 해석이 뒤따른다. 영국 울버햄프턴 대학 연구소는 '홈팬들의 함성을 듣고 있는 심판이 15% 정도 홈팀에 유리한 판정을 내린다'는 심판의 심리 연구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밴쿠버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3000m 경기에서 제일 먼저 결승선을 끊은 한국팀이 실격처리되자 오심논란이 일고 있다. 더구나 주심은 2002 솔트레이크시티 동계올림픽 때 김동성의 금메달을 빼앗아 갔던 호주 출신 제임스 휴이시라니 이런 악연이 없다.
어떤 경기에서든 일단 심판의 판정이 내려지면 그만이다. 오심논란이 일 때마다 판정을 번복하다가는 경기진행 자체가 어려워질 수도 있는 탓이다. '오심도 경기의 일부'라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오심도 오심 나름이다. 사람이 하는 일이라 순간적 판단착오에 의한 것은 어쩔 수 없다지만 고의나 아집(我執)에서 비롯된 오심은 스포츠의 의미를 훼손하게 된다. 중요한 것은 누구나 틀릴 수 있다는 전제 아래 오류를 줄여나가려는 '열린 마음'이다.
이정환 논설위원 j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