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MB정부 남은 3년의 과제

'정책으로 한판승부' 유혹 떨쳐야
'국정 기본가치' 정립에 성패달려
이명박 정부의 2년차 성적표가 나왔다.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총평은 '잘했다 · 못했다'의 중간이고 분야별로 보면 외교는 수,우, 교육 · 정치 등 내치(內治)는 양,가, 경제 · 사회 등은 미 수준이다.

대통령은 이 결과에 만족할까? 악조건 속에서 그렇게 뛰어 다녔는데 좀 야박한 결과는 아닌가? 아니면 평가결과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내 길을 갈 뿐이다'라고 생각할까? 주제 넘게 대통령의 마음속을 들락날락한다고 핀잔 받을 수 있겠지만 꼭 그런 것만은 아니다. 대통령이 기분 좋아야 나라가 편안할 테니까 말이다. 물론 대통령도 국민을 섭섭하게 해서는 안 된다. 무슨 문제든 반대는 있게 마련이니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면 큰일난다. 설득을 해서라도 다 끌고 가려고 노력해야 한다. 이점에서 필자는 다른 각도에서 이명박 정부를 평가해 본다. '총론에는 약하고 각론에는 강했다. '총론이 약하기 때문에 각론에서 사사건건 반대하는 사람이 힘을 얻고,반대까지는 아니더라도 섭섭해 하는 사람이 생기는 것이다.

총론이란 대통령이 지향하는 가치를 말한다. 이명박 정부가 기본 가치에 대해 관심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실용주의'가 그것이다. 집권초기의 급박한 상황 속에서 실용주의가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곧장 '중도 실용주의'가 되더니 위기탈출 전략이 구사되는 가운데 '친서민 정책'으로 탈바꿈하게 되었다. 가치는 사라지고 정책만 남게 되는데 '가치'가 없는 정책은 '싸우기' 아니면 '퍼주기'로 직결된다. 예컨대 그렇게 명분이 없는'세종시 원안' 가지고도 싸움이 끊이지 않고,아무도 국가재정에 관심을 가지지 않는 가운데 부채는 늘어가고 있다.

이러한 사태의 진전은 이명박 정부의 탄생 배경에 비춰 보면 매우 아쉬운 일이다. 이명박 후보에게 압도적 승리를 가져다 준 사람들은 이념투쟁과 지역감정에 진저리가 난 사람들이었다. 진정 국민 통합적 대통령의 길이 열렸던 것이다. 낡은 정치를 청산해 달라는 기대가 충만했었는데 여기에 제대로 부응하지 못함으로써 대통령의 기득권 정치에 대한 비판은 대통령이 정치를 몰라서 그렇다거나 회피하는 것으로 비쳐졌고,대통령이 국익을 외쳐도 국익은 곧 진보 · 보수의 대결구도 속으로 빨려들어갔다.

기득권으로 치부될 일도 했다. 노무현 정부의 '회전문 인사'를 우리는 기억한다. 필자는 같은 사람이 돌고 도는 것만을 문제 삼는 것이 아니고,나눠먹기를 해야 한다는 것도 아니다. 선거를 도와준 사람만 가지고 정부를 운영할 수는 없다. 정부를 운영할 때는 그 폭이 훨씬 넓어야 한다. 그리고 내편,네편을 가리지 않고 사람을 골고루 등용해야 한다.

이제 대통령 임기의 중반이 시작된다. 앞으로 남은 임기가 갈등으로 점철될지 아니면 대통령의 국민 통합적 리더십으로 신나는 나날을 보내게 될지는 대통령의 가치가 어떻게 정립될 것인가에 달려 있다. 가치는 사람을 설득시키지만 정책만으로는 분쟁을 불러일으키기 쉽다. 효율성이 떨어지고,성공하고도 좋은 소리 못 들을 수 있다. 예컨대 정치 분야를 보자.'호화청사''선거구제'가 문제가 아니라 '책임정치의 구현''정당정치의 민주화'라는 가치가 정치개혁의 화두가 되어야 한다. 시간에 쫓길수록 정책으로 한판 승부를 내려는 유혹이 커질 것이다. 아직은 시간이 있다. 다시 한번 숙고하는 시간을 가져서 수많은 정책성공에도 불구하고 반대파에게 시달리는 대통령이 아니라 가치의 지도자로서 국민의 마음속에 오래 남는 대통령이 되기를 바란다. 이렇게 되면 대통령도 국민도 모두 기분이 좋아질 것이다.

조증빈 <국민대 교수·정치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