롬파위ㆍ애슈턴 'EU얼굴' 흔들

"경험 없다" 집중 포화…英ㆍ佛서 노골적 견제도
유럽 미니헌법으로 불리는 리스본조약 발효와 함께 유럽연합(EU)을 대표하는 자리에 오른 헤르만 판 롬파위 EU정상회의 상임의장과 캐서린 애슈턴 외교 · 안보정책 고위대표의 입지가 크게 흔들리고 있다.

판 롬파위 상임의장은 지난달 24일 그리스 재정적자 위기 해결을 위해 자신이 처음으로 주재한 비공식 정상회의 결과를 설명하고자 유럽의회에 출석했다가 나이절 파라지 영국독립당(UKIP) 대표로부터 "저급한 은행원 풍모에 별볼일 없는 나라 출신으로 '축축한 걸레'와 같은 카리스마를 지니고 있다"는 막말을 들어야 했다. 국제적 인지도나 경험으로 봤을 때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에 필적하는 중요한 직무를 수행할 상임의장으로 부적격이라는 점을 모멸적인 표현을 통해 공개적으로 비판당한 것이다. 영국 출신 애슈턴 외교 · 안보 대표 역시 5억 인구의 EU 외교수장으로서 전문적 지식과 인지도가 부족하다는 점에서 집중 포화를 맞고 있다.

애슈턴 외교 · 안보 대표는 최근 주미국 EU대표부 대사에 주제 마누엘 바로수 EU집행위원장의 최측근 인사인 주앙 발레 데 알메이다 대외관계 총국장을 지명했다. 이에 대해 칼 빌트 스웨덴 외무장관 등은 "대사 지명 절차 등에 하자가 있다"며 애슈턴 대표를 비난했다.

유럽 외교가에선 애슈턴 대표가 바로수 집행위원장에게 휘둘리고 있다는 의구심 때문에 유럽 각국이 견제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1일 "독일과 프랑스는 이번 인사를 (영국 출신인) 애슈턴 대표가 유럽 외교의 주도권을 영국으로 가져오려는 포석으로 판단하고 있다"며 "두 나라가 애슈턴 대표를 노골적으로 견제하고 나선 것은 이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