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00억원 세금폭탄 반년째 제거못해…LH공사 '진땀'

토공ㆍ주공 통합 한달전 '청산 법인세' 뒤늦게 발견
정부, 납부 연기 법안 추진…野 "졸속통합 해놓고…"반대
농협 신·경 분리에도 불똥

토지공사와 주택공사의 통합법인인 LH공사(한국토지주택공사)가 세금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통합 과정에서 예기치 않게 2000억원이 넘는 세금을 일시에 납부해야 하는 문제가 발생했는데 이를 해결해줄 법안이 6개월째 국회에 표류 중이다. 4월 국회에서도 처리가 안 되면 LH공사의 '세금폭탄'은 현실이 된다.

◆세금폭탄 왜?LH공사는 지난해 4월 국회에서 주공과 토공을 합병하는 법안이 통과된 뒤 5개월간의 준비 절차를 거쳐 10월1일 출범했다. 그런데 출범 한 달 전인 지난해 9월 생각지도 못한 문제가 발생했다. 주공과 토공이 청산한 뒤 다시 합치는 통합 과정에서 엄청난 액수의 청산소득 법인세를 납부해야 하는 사실을 알게 된 것.LH공사가 내야 할 청산소득 법인세는 2497억원.납부시기는 올해 1월4일까지로 분할납부가 아닌 일괄납부해야 했다.

'세금폭탄'우려가 커지자 정부는 뒤늦게 서병수 의원(국회 기획재정위원장 · 한나라당)을 통해 지난해 9월 의원입법 형태로 LH공사의 청산소득 법인세를 과세이연(세금 납부를 일정 기간 연기해주는 것)해주는 내용의 법안을 제출했다. 하지만 이 법안은 "대형 공기업 통합을 추진하면서 세금 문제 하나 제대로 챙기지 못하는 졸속 통합을 하고 있다"는 야당 의원들의 지적으로 처리가 무산됐다. 12월 국회에서도 마찬가지였다.

◆2월 국회 처리도 불발결국 LH공사는 납부기한인 지난 1월4일에 2497억원의 세금 중 97억원만 내고 나머지 2400억원은 6월 말까지 납부시기를 늦춰달라고 국세청에 요청했다. 한숨을 돌린 LH공사는 재정부,국토부와 함께 2월 국회 처리를 위해 총력전을 펼쳤다. 재정부와 국토부는 LH공사가 외형상으로는 '청산 후 합병' 과정을 거쳤지만 정부 정책사업을 추진하는 공기업인 만큼 특례를 인정해달라고 설득했다. 그러나 LH공사에 특례를 인정해주는 법안은 국회 재정위 조세소위에 상정조차 안 됐다. 국회 재정위는 법안 처리를 4월 국회로 미뤘다. 정부 관계자는 "세종시를 둘러싼 여야,계파 간 갈등 등 국회 내부의 사정과 함께 졸속으로 공기업 통합을 추진했다는 괘씸죄가 작용한 것 같다"고 전했다.

문제는 4월 국회 처리도 쉽지 않아 보인다는 것이다. 정부 관계자는 "4월에는 세종시 문제를 놓고 정치권의 이해관계가 더욱 첨예하게 맞붙을 텐데 그 불똥이 튀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전했다. LH공사 관계자도 "처리가 안 되면 어쩔 수 없이 채권 발행을 통해 세금 낼 돈을 조달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지난해 부채비율이 466.5%에 달하고 내년에는 531%로 높아질 것으로 우려되는 LH공사로선 '설상가상'의 상황에 처하게 되는 셈이다.

◆농협으로 튀는 불똥LH공사의 세금 문제는 농협 신 · 경 분리(신용사업과 경제사업을 각자 지주사로 분리하는 계획) 추진 과정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농협중앙회는 최근 재정부에 지주사 분리 과정에서 발생하는 1조2000억원의 법인세,등록세 등 세(稅)부담을 줄여주는 과세특례를 명문화해달라고 요구했다.

농협 관계자는 "사업구조 개편 전에 세금 문제를 명확하게 하지 않았다간 LH공사처럼 세금폭탄을 맞을까 걱정돼 미리 정부의 약속을 받아두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청산소득 법인세

청산 당시 남게 되는 재산에서 자기자본 총액을 빼면 청산소득이 되고 여기에 물리는 세금을 말한다. LH공사처럼 '청산 후 통합'하는 경우엔 기존 법인의 회계처리 때 생긴 세무상 유보금액(손금산입 등)이 통합법인으로 승계되지 않으면서 막대한 세금 부담이 발생하기도 한다. 예컨대 주공,토공은 통합 이전에는 차입금 이자 등을 세법상 비용(손금산입)으로 인정받아 법인세를 덜 내는데 LH공사로 합쳐진 뒤에는 비용 인정을 받지 못해 법인세 부담이 크게 늘어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