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장섭 싱가포르국립대 교수 "한국, 바스켓 환율제로 바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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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 올라 국부 10%이상 감소신장섭 싱가포르국립대 교수(경제학 · 사진)는 환율이 급등락하는 것을 막고 경제를 안정적으로 운용하기 위해서는 자유변동 환율제를 바스켓 환율 제도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기회복 뚜렷해질때까지
금리인상 등 출구전략 늦춰야
'한국경제,패러다임을 바꿔라'는 책으로 한국경제의 현안을 새롭게 정리해 주목을 받고 있는 신 교수는 지난달 28일 일시 귀국,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를 갖고 이같이 말했다. 그는 "고정 환율제나 바스켓 환율제를 채택한 나라들은 글로벌 금융위기 때도 환율이 안정돼 있었다"고 강조했다. 바스켓 환율제는 주요 교역 상대국의 통화로 바스켓을 구성하고 서로 다른 가중치를 부여한 뒤 이들 통화의 가치 변화에 따라 자국의 환율을 결정하는 방식이다. 여러 통화의 상대적 가치에 따라 환율이 결정되므로 자유변동 환율제에 비해 변동 폭이 크지 않은 게 장점이다. 한국은 1997년까지 바스켓 제도를 채택했지만 국제통화기금(IMF)의 자금 지원을 받으면서 자유변동 환율제로 전환했다. 그동안 환율이 급등락할 때마다 자유변동 환율제에 대한 문제 제기가 일부에서 나왔지만 정부와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제도 변경을 반대했다.
그러나 신 교수는 "자유변동 환율제를 채택한 후 환율의 변동성만 커졌다"며 "이는 차익을 목적으로 외환 거래를 하는 투기성 자본에 유리할 뿐 한국 경제의 안정과 성장에는 좋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자유변동 환율제가 '글로벌 스탠더드'라는 생각부터 버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시아에서 한국 외에 자유변동 환율제를 택하고 있는 나라는 일본과 필리핀뿐이라는 것이다.
신 교수는 또 "한국은 원래부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성장률이 높은 편에 속했다"며 "한국 경제가 특별히 빠르게 회복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더구나 글로벌 금융위기 전보다 원화 가치가 달러 대비 15%가량 절하(환율 상승)된 것을 생각하면 한국의 국부(國富)와 국민들의 구매력은 10% 이상 줄었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따라서 경기 회복세가 좀 더 뚜렷해질 때까지는 기준금리 인상 등 출구전략을 늦춰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출구전략이 너무 늦으면 인플레이션,너무 이르면 디플레이션이 나타날 수 있는데 인플레보다는 디플레의 해악이 더 크다"고 설명했다.
신 교수는 "한국 경제의 장기 성장을 위해서는 은행이 기업에 투자자금을 공급하는 역할을 계속해야 한다"며 "국책은행 민영화로 성장성 있는 중소기업에 대한 자금 지원이 줄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