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레 강진 사망자 700명 넘어…軍동원 치안유지 총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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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구잡이 약탈 혼란 가중…쇼핑몰 통째로 털기도칠레에 규모 8.8의 강진이 발생한 지 이틀째인 지난달 28일 사망자 수가 700명을 넘어선 가운데 콘셉시온 등 주요 피해 지역에선 구조작업이 본격화되고 있다. 일부 지역에서 혼란을 틈탄 약탈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자 정부는 통행금지령을 내리고 군 병력을 파견하는 등 치안 유지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날 규모 6.2의 여진이 일어나는 등 이틀 새 100여 차례의 여진이 이어졌다.
정부, 통행금지령 내려…생존자 구조작업 본격화
AFP통신 등에 따르면 미첼 바첼레트 칠레 대통령은 대통령궁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사망자 수가 708명으로 늘었다고 밝혔다. 바첼레트 대통령은 "실종자 수가 급증하고 있다"며 "정상을 회복하기 위해 엄청난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번 지진의 최대 피해 지역은 총 541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마울레 지역이었으며,콘셉시온이 주도인 비오비오 지역이 뒤를 이었다. 앞서 정부는 이번 지진으로 전체 인구의 8분의 1인 200만여명의 이재민이 발생했으며 총 150만채의 주택과 빌딩이 무너지거나 심각한 손상을 입었다고 발표했다.
사망자 수가 전일 300여명에서 하루 만에 700여명으로 늘어난 것은 정부가 쓰나미 경보를 제때 발령하지 않아 해안 도시에서 피해가 컸기 때문이다. 현지 TV방송은 콘스티투시온 등 해안도시에 쓰나미가 몰려오면서 익사자가 속출했다고 전했다. 정박해 있던 선박이 뭍으로 올라와 전복된 자동차 옆에 엎어져 있고,도로와 다리가 유실된 모습이 방영됐다.
피해가 심각한 지역의 슈퍼마켓 주유소 약국 은행 등에선 약탈이 일어나고 있다. 콘셉시온에서는 식료품과 물 부족에 시달린 이재민들이 슈퍼마켓에 난입해 육류나 치즈 등 식료품을 통째로 카트에 싣고 나오는 모습들이 목격되고 있다. 재클린 반 리셀베르게 콘셉시온 시장은 "생필품 부족으로 통제가 불가능한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비오비오 지역의 산페드로시에서는 약탈자들이 쇼핑몰을 통째로 털어간 사건도 발생했으며 은행 등도 약탈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바첼레트 대통령은 최대 피해 지역인 마울레와 비오비오에 1만여명의 군을 파견하는 포고령에 서명했고,오후 9시부터 오전 6시까지 통행금지를 발령했다. 치안 유지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군과 경찰은 1일 전날 밤 통행금지를 어긴 160여명을 체포했다고 발표했다. 칠레 정부는 도로와 다리가 끊겨 고립된 지역에 공군 수송기를 통한 생필품 공급을 시작했다.
칠레 정부는 생존자 구출작업도 본격화하고 있다. 이날 콘셉시온에서는 건물 잔해에 갇혀 있던 26명이 소방대에 구조됐다. 소방대원들은 무너진 15층 아파트에 갇혀 있는 60여명의 구출 작업을 진행 중이다. 바첼레트 대통령은 "국제사회의 지원을 일부 수용하겠다"며 "야전병원과 임시교각,정수시설,피해평가 전문가,구조대원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이날 오후부터 산티아고 국제공항이 부분적으로 가동되기 시작했으며,콘셉시온과 산티아고를 연결하는 고속도로 차량 운행도 1일 중 부분적으로 재개됐다.
서기열 기자 phil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