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소리, 원목 장난감으로 美시장 뚫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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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색 필요없는 컬러목재흔히 '나무색'이라고 하면 갈색이나 황토색을 떠올린다. 하지만 아프리카산(産) 콩과식물인 파둑나무의 '속살'은 붉은색이며,남미 태생인 녹단나무의 경우 은은한 녹색을 띤다. 북아메리카가 원산지인 흑호두나무를 자르면 검정색 원목을 얻을 수 있고,'Tree of heaven(천국의 나무)'으로 불리는 가죽나무(원산지 중국)의 단면은 노란색이다.
꿈의 무대 '모마 스토어'서 판매
국내 완구업체가 '알고 보면 나무색도 다양하다'는 점에 착안한 신개념의 원목 장난감을 개발,전 세계 제품 디자이너들이 '꿈의 무대'로 평가하는 '모마 스토어'에 입점하는 쾌거를 이뤘다. 세계 3대 미술관으로 꼽히는 미국 뉴욕현대미술관(MoMA)이 운영하는 미술관 내 상업 전시관인 모마스토어에 제품을 전시 · 판매하려면 독창적인 디자인과 뛰어난 기능성을 동시에 인정받아야 한다.
주인공은 2006년 문을 연 완구업체 '숲소리'.이 회사는 일반 목재에 염료로 색을 입힌 기존 원목 장난감과 달리 다양한 색상의 원목을 재료로 사용,도색 작업이 필요 없는 장난감을 만들었다. 이 회사의 장난감에 들어가는 재료는 아프리카 남미 북미 유럽 인도네시아 등에서 구입한 나무 20여종과 마감재로 쓰는 아마씨 기름,그리고 약간의 실과 자석이 전부다. 모두 친환경 소재다.
송재근 대표(35)는 "재료의 독창성과 수작업으로 마무리한 섬세한 디자인을 모마 스토어가 높이 산 것 같다"며 "소규모 공방을 제외하면 숲소리처럼 컬러목재로 원목 장난감을 대량 생산하는 업체는 전 세계에서도 찾아보기 힘들다"고 설명했다. 비싼 원목을 쓰는 데다 공정의 상당 부분이 수작업이기 때문에 가격은 만만치 않다. 인건비가 싼 중국 쑤저우에 공장을 세우고 인터넷 직거래를 통해 유통비용을 줄였다지만 '딸랑이 세트'는 3만9000원,66개 조각의 블록세트는 6만6000원이다. 셀렉타,하바 등 독일 제품보다는 싸지만 중국산 저가 제품보다는 두 배 이상 비싸다. 그럼에도 불구,아이를 둔 주부들의 반응은 폭발적이다. '입으로 빨아도 무해한 데다 나무 고유의 향을 느낄 수 있는 만큼 아이들 정서에도 좋다'는 입소문이 퍼진 덕분이다.
소비자들을 제품 제작에 참여시킨 전략도 주효했다. 숲소리는 소비자가 제안한 디자인이 채택될 경우 해당 제품 매출액의 3~5%를 지급하며,사소한 아이디어라도 제품에 반영되면 다양한 인센티브를 준다. 미국 일본 호주 등 해외에서도 참신한 디자인과 친환경 제품이란 특성이 부각되면서 판매량이 늘고 있는 추세다.
이에 따라 2006년 3억원 안팎이던 연매출은 2008년 8억원으로 늘었고,지난해에는 16억원으로 뛰었다. 올해 목표는 30억원.토종 업체들이 국내 원목 장난감시장에서 완전히 밀려난 상황임을 감안하면 주목할 만한 성과라는 것이 완구업계의 평가다. 송 대표는 "늘어나는 국내외 주문량을 맞추기 위해 공장을 증설하고 있다"며 "연내 프랑스 이탈리아 등 유럽 국가로 수출 지역을 늘리고 책상 옷장 탁자 등 아동 가구시장에도 진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