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운드貨 10개월래 최저…재정적자에 정치 리스크 겹쳐

재정적자와 정치 리스크라는 쌍둥이 악재로 영국 파운드화 가치가 10개월래 최저치로 떨어졌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2일 파운드화 가치가 파운드당 1.49달러로 폭락,심리적 지지선인 1.50달러 밑으로 추락했다고 보도했다. 오는 5월 총선을 앞두고 이날 발표된 정당 지지도 설문조사에서 노동당이 선두를 지키는 데는 성공했으나 야당인 보수당과의 격차가 근소해 차기 정부가 강력한 리더십을 바탕으로 재정적자 감축에 성공하지 못할 것이란 정치적 리스크가 높아지면서 파운드화가 약세를 거듭하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금융위기 직후인 작년 1월 파운드당 1.35달러까지 폭락했던 파운드화 가치는 작년 4분기 영국 경제가 간신히 0.3%(전기대비) 성장,6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에서 탈출하면서 1.65달러 수준까지 회복됐으나 최근 재정적자 우려가 다시 불거지면서 약세로 돌아섰다. 게다가 "그리스 다음은 영국"이라는 시장의 우려도 파운드화 약세를 가속화하고 있다고 일간 인디펜던트는 전했다. 파운드화 가치는 2008년 3월만 해도 파운드당 2달러 수준이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11.6% 수준인 영국의 재정적자는 올해 12.8%로 늘어 그리스(12.7%)에 육박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고든 브라운 총리는 "국가부도 위기에 몰린 그리스와 영국을 비교해선 안 된다"며 급한 불 끄기에 나섰지만 재정위기가 해소되지 않는 이상 파운드화 가치는 하락을 거듭할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영국 자산운용사인 투르칸 코넬은 "정부가 추가로 국채를 대거 발행할 경우 파운드 표시 자산에 대한 투매 심리가 높아져 파운드화 가치는 20~30% 추가 하락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김미희 기자 iciic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