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이탈리아…재정적자 1년만에 두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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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 빚 1조8000억 유로 EU내 최대…'그리스의 5배'
FT "CDS도 유럽 재정위기 조장한 골칫거리"
그리스발 재정적자 위기가 독일과 프랑스의 지원 가능성이 제기되며 가닥을 잡아가는 가운데 이번에는 이탈리아가 새로운 골칫거리로 떠올랐다. 지난해 경기침체 여파로 이탈리아의 재정적자가 두 배 가까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이탈리아는 국가부채가 그리스를 제치고 유럽 주요국 가운데 가장 많은 나라이기도 하다.
블룸버그통신은 1일 이탈리아 국가통계청을 인용,이탈리아의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재정적자 비율이 5.3%로 2008년(2.7%)보다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고 보도했다. 이탈리아의 국가부채는 2009년 기준 1조8000억유로(약 2조4400억달러)로 유럽연합(EU) 내 최대다. GDP 대비 115.8%로 당초 예상치(114.6%)를 뛰어넘었다. 이탈리아의 재정적자 문제가 이처럼 악화된 것은 지난해 경기침체로 성장률이 5.0%나 뒷걸음질친 탓으로 분석된다. 이는 성장률 통계가 집계된 1971년 이후 최저다. 올초 발표된 경제지표들도 그리스 위기가 이탈리아로 번질 수 있다는 시장의 우려를 키우고 있다. 이탈리아의 지난 1월 실업률은 8.6%로 전월보다 0.1%포인트 높아졌다. 실업자 수는 214만4000명(추산)으로 2004년 1월 이후 최대를 기록했다. 이탈리아 정부는 올 성장률이 1.1%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기껏해야 0.7% 안팎 성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로버트 먼델 미 컬럼비아대 교수는 최근 "경제 규모에서 유럽 내 4위인 이탈리아의 국가부채는 그리스의 5배 이상이며 유로존(유로화 사용 16개국) 전체 부채의 4분의 1이나 된다"며 "구제금융을 실시하기에는 너무 덩치가 큰 이탈리아의 부채가 유로존 전체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이 같은 시장 우려에 대해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이탈리아 총리는 "이탈리아는 스페인이나 그리스보다 훨씬 (재정적자) 상태가 양호하다"며 불똥이 튀는 것을 막고 나섰다. 반면 이탈리아 야당은 "정부 정책이 실패했음을 통계 수치가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며 "현재 이탈리아 정부에는 생산성을 높일 제대로 된 산업정책도 없는 상태"라고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한편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날 "국가 신용부도스와프(CDS)가 유럽이 두려워하는 새로운 귀신이 되고 있다"며 "헤지펀드들이 CDS 거래 등을 통해 재정적자 위기를 키우고 조장한 측면이 있다"고 보도했다. CDS는 부도위험을 상품화한 파생금융상품이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