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임 앞두고…지진 속에서 빛난 '바첼레트 리더십'

현장 누비며 구조작업 진두지휘
잠적했던 아이티 대통령과 대조
"진정한 리더십은 위기의 순간에 빛을 발한다. "

퇴임을 앞둔 대통령이 보여줄 수 있는 최선의 모습은 어떤 것일까. 지난달 27일 칠레를 강타한 규모 8.8의 지진에 대처하는 미첼 바첼레트 칠레 대통령의 신속하고 침착한 태도가 화제다.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은 "바첼레트 대통령은 지진이 발생하자마자 6개 피해 도시를 돌아보며 시민을 안심시키려 노력했다. 아이티 지진 후 무단 이탈한 것이나 다름없던 르네 프레발 대통령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었다"고 전했다. 지난 1월 강진으로 폐허가 된 수도 포르토프랭스를 외면하고 행방이 묘연했다가 지진 발생 며칠 뒤에야 이웃 도미니카공화국 비행기를 타고 나타난 프레발 대통령과 극명히 대조된다는 설명이다. 바첼레트 대통령은 지진 발생 직후부터 매일 TV에 출연해 국민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고 침착한 대응을 주문했다. 정부 각 부처의 재난 대응 상황을 챙기는 등 퇴임(3월10일)을 열흘 앞둔 대통령이라고 믿기 힘든 자세로 재난에 대처해나갔다. 지진에 가장 심각한 피해를 입은 마울레와 콘셉시온 지역에서 생필품 부족으로 약탈이 발생하자 대형 슈퍼마켓 체인과 협상을 통해 지진 피해자들에게 물품을 공짜로 공급하면 추후 정부가 보상하기로 협의하는 등 치안을 유지하는 기민함도 보였다.

그는 2002년부터 2년간 칠레 첫 여성 국방장관직을 맡았을 때도 뛰어난 리더십을 보여 국민의 신뢰를 얻었다. 수도 산티아고에 대규모 홍수가 발생했을 때 직접 장갑차를 타고 구호작업의 선두에 서기도 했다.

한편 강진 발생 3일째를 맞은 칠레는 생존자 구조활동을 계속하고 있으나 지진으로 도로 등이 크게 파손돼 어려움을 겪고 있다. 현재까지 집계된 사망자는 723명에 달하며 1000명까지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지진으로 폐쇄됐던 칠레 주요 광산들은 조업을 재개했으며 주요 항구와 공항도 부분적으로 가동되기 시작했다.

조귀동 기자 claymo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