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차, 유럽공략 승부수 '친환경차·7년 보증'

● 제네바 모터쇼
현대, 그린카 라인업 완성
기아, 파격 보증으로 시장 선점

2일 오전 8시45분(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 국제모터쇼장 내 기아자동차 전시관.기업 발표회(프레젠테이션)를 취재하기 위해 당초 예상보다 훨씬 많은 전 세계 600여 명의 기자들이 몰렸다.

경쟁업체들이 유럽 내 판매 정체로 고전하고 있는 데 반해 기아차가 올 들어 30% 이상씩 판매를 늘리고 있는 데 대한 관심도를 보여줬다. 기아차 유럽총괄법인의 폴 필포트 최고운영책임자(COO)는 "연비가 뛰어난 친환경차를 적극 투입하는 한편 7년 무상보증이란 파격적인 마케팅으로 올해 한 단계 도약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대 · 기아차가 유럽 판매를 획기적으로 늘리기 위해 최근 마스터 플랜을 마련했다. 유럽은 중국 · 미국과 함께 세계 3대 시장으로 꼽히지만,그동안 독일 프랑스 등 현지 업체들의 공세에 밀려 고전해왔기 때문이다. 현대 · 기아차는 올해 유럽 점유율을 4%대 후반까지 끌어올린다는 전략이다. ◆현대차,내년 디젤 하이브리드카 출시

현대차는 이번 모터쇼에서 처음 공개한 컨셉트카 '아이플로'를 기반으로 한 양산차를 내년중 유럽시장에 투입하기로 확정했다. 아이플로는 현대차 최초의 디젤 하이브리드카로,쏘나타와 같은 중형차급이다. 유럽에선 한국이나 미국과 달리 경유차의 비중이 50% 이상이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당 85g으로,일반 쏘나타(182g)의 47% 수준에 불과해 유럽 환경규제에도 대비할 수 있다.

앨런 러쉬포스 현대차 유럽법인 부사장은 "아이플로를 기반으로 한 양산차를 내년에 유럽에 내놓는 것은 점차 커지고 있는 친환경차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것"이라며 "연내 세대교체 모델을 포함해 총 10개의 신차를 내놓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작년 7월 아반떼 LPi 하이브리드를 선보인 현대차는 올 하반기 쏘나타 가솔린 하이브리드를 미국에 내놓는 데 이어 디젤 하이브리드까지 유럽에 출시,양산형 친환경차 라인업을 완성한다는 전략이다.

디젤하이브리드카 양산 과정엔 세계적인 화학업체 바스프가 참여한다. 바스프 관계자는 "앞좌석 프레임 등 내 · 외장 소재를 주철이나 알루미늄 등 금속에서 가벼운 플라스틱으로 대체하는 게 특징"이라며 "이를 통해 안전성을 종전 수준으로 맞추면서도 무게를 줄여 연비를 크게 개선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대차는 인기 차종인 ix35(국내명 투싼ix)와 i30에 대해 2일부터 유럽에서 '트리플 5년 보증'이란 새 제도를 시작했다. 차를 구입한 뒤 5년 동안 보증 · 긴급출동 · 점검 등 3대 서비스를 무상으로 실시하겠다는 내용이다. 스테판 헨리히 현대차 유럽법인 매니저는 "각국 세제 혜택 종료로 시장이 위축될 것으로 보이지만,작년 2.4%였던 유럽 점유율을 연말까지 2.75%까지 높인다는 목표를 세웠다"고 전했다.

◆기아차는 7년 보증 마케팅 개시

기아차는 유럽에서 판매하는 모든 차량에 대해 '7년 보증제도'를 전격 도입했다. 보증기간이 부품별로 3~5년이 대부분인 유럽에서 부품과 관계없이 7년간 무상보증하겠다는 것이다. 현지에서 7년 보증 서비스를 실시하는 것은 기아차가 처음이다. 기아차 유럽총괄법인 관계자는 "미국에서 10년 · 10만마일 보증을 해주고 있지만 중고차로 되팔 경우 보증이 종료된다"며 "유럽에선 중고차로 구입했거나 주행거리가 많더라도 똑같이 7년간 무상보증을 해준다는 게 다르다"고 설명했다. 기아차는 이같은 파격적인 보증서비스를 알리기 위해 모터쇼 전시관 내에 '기아차 7년 보증'이라고 쓰인 대형 광고문을 달았다.

현대 · 기아차는 유럽인 중 상당수가 축구에 열광한다는 점을 감안,제네바 모터쇼를 계기로 월드컵 마케팅을 본격화했다. 전시차량 4~5대에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의 마스코트인 '자쿠미'와 축구공을 그려 넣는 한편 번호판에는 국제축구연맹(FIFA) 로고를 넣어 현대 · 기아차가 FIFA의 공식 파트너란 점을 알렸다.

제네바(스위스)=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