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루즈선 부가가치 일반선박의 2~3배

기자재업계 "차세대 블루오션"
은민S&D등 전담팀 구성

종합 인테리어 전문회사 은민S&D는 지난해 해외사업부 내에 직원 7명으로 크루즈 팀을 만들었다. 외부 크루즈선 전문가도 초빙했다. 지난 1월 초에는 한국조선협회에서 실시한 '크루즈선 인테리어 시공관리자 교육'에 직원 9명을 파견했다. 김성철 크루즈 팀장은 "국내 조선업체들의 크루즈선 수주가 가시화됨에 따라 지난해부터 이 분야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등 국내 조선사들이 잇달아 크루즈선 시장 개척에 나서면서 조선 기자재 업계가 들썩거리고 있다. 조선업계의 극심한 수주 가뭄으로 고사위기에 몰렸던 기자재 업체들은 크루즈선을 새 돌파구로 보고 있다. 조선협회가 올해 초에 연 크루즈선 교육에는 수백여 곳의 기자재 업체가 몰려 4개 강좌가 모두 마감됐다. 조선협회 관계자는 "마감 이후에도 '추가 교육 일정을 알려 달라'는 문의가 꾸준하게 들어오고 있다"고 전했다.

삼성중공업은 지난해 말 미국 선사의 초대형 크루즈선 입찰 단독 계약자로 선정됨에 따라 조선 기자재 업체 대상으로 '크루즈선 건조 설명회'를 열었다. 25개 업체에서 1명씩 초청했는데 참석자 수는 80명이 넘었다. 초청받지 않은 회사 관계자까지도 몰려들어서다. 설명회에 참석한 한 업체 대표는 "가능성으로만 존재했던 크루즈선 건조가 현실이 된 만큼 새로운 시장을 잡기 위해 참석했다"고 말했다.

조선기자재 업체들이 크루즈선에 관심을 쏟는 이유는 앞으로 시장이 커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조선 · 해운시황 분석기관인 클락슨은 크루즈선 건조 수요가 2019년까지 연평균 12척,170만 CGT(표준화물선 환산t수)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크루즈선 승객 수는 1999년 1070만명에서 2008년 1950만명으로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선박 가격이 비싸 기자재의 부가가치가 높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크루즈선은 최고급 실내 디자인을 갖춰야 해 선박가격이 일반 상선에 비해 비싸다. 척당 평균 가격이 1조원 이상으로 LNG선(2000억원)의 5배를 넘는다. 한국산업연구원은 철강재의 부가가치를 100으로 보면 크루즈선의 부가가치는 20배인 2000에 달할 것으로 평가했다. 창문 제작업체 에스마린의 서한동 대표는 "상선이 공장 생산라인에서 대규모로 찍어내는 공산품이라면,크루즈선은 한 척 한 척을 장인들이 따로 만드는 수제품에 비유할 수 있다"며 "창문만 해도 육상 아파트에 들어가는 것보다 단가가 2~3배 높다"고 말했다.

정부가 2007년부터 총 50억원을 투자해 진행해온 '차세대 고부가가치선박 기자재 기반기술 개발 사업'도 속도를 내고 있다. 한국 조선기자재연구원은 이건창호시스템 등 9개 업체와 함께 크루즈선 기자재를 개발하고 있다.

현재 무(無)용접 파이프 등 9개 품목이 개발 마무리 단계다. 이 연구원의 김성준 팀장은 "성공적으로 크루즈선을 건조하려면 기자재 업체들이 단가가 싸고 질이 좋은 부품을 제공해야 한다"며 "한 가지 품목에 수십 개 업체가 기술개발에 뛰어드는 등 크루즈선 시장을 잡기 위한 업체들의 경쟁이 치열하다"고 전했다.

박민제 기자 pmj5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