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건설 FI' 2곳 반대…금호산업 워크아웃 두달째 표류

"5일 넘기면 법정관리"
금호산업이 법정관리와 상장폐지라는 공멸의 길을 밟을까. 대우건설 풋백옵션(주식을 되팔 수 있는 권리)의 처리방안을 놓고 채권단과 재무적 투자자(FI)들과의 협상이 두 달 가까이 표류하고 있다. 채권단은 5일까지 FI들이 정상화 방안에 대한 동의서를 제출하지 않으면 금호산업의 법정관리를 신청키로 했다.

산업은행의 제안은 FI들이 보유한 대우건설 주식을 주당 1만8000원에 산은 주도의 사모펀드(PEF)에 넘기고 풋백옵션 행사가격(3만200원)과의 차액에 해당하는 1조8000억원의 잔여 채권은 원금과 이자를 차등해 금호산업 주식으로 전환하자는 것이다. 현재 17개 FI 중 산은 제안에 반대의사를 표시하고 있는 곳은 오크트리캐피탈과 미래에셋맵스자산운용 등 두 곳이다. 이 중 미래에셋은 대우건설이 보유한 대한통운 지분과 금호산업이 보유한 대우건설 지분의 교환을 전제로 한 조건부 동의서를 제출했지만 채권단 측은 실현불가능한 제안이라며 부동의 의사를 표시한 것으로 간주하고 있다.

미래에셋과 오크트리의 투자규모는 각각 6100억원과 5000억원으로 전체 FI 중 1,2위에 해당한다. 두 곳이 보유한 대우건설 지분만 12%로 FI 전체 지분(37.2%)의 3분의 1에 육박한다.

오크트리의 경우 산은 제안을 놓고 내부 의견조율이 안되고 있다. 선순위 채권자인 하나은행은 2500억원 투자원금 전액을 받지만 대만계 저축은행 등은 단 한 푼도 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미래에셋에 돈을 댄 공제회와 연기금 등 국내 투자자들 역시 산은 제안에 반대하고 있다. 오크트리는 FI가 보유한 대우건설 지분 37.2%를 산은에 팔지 않고,풋백옵션과의 차액만 금호산업에 출자전환해 워크아웃에 들어가자는 수정안을 제시했지만 다른 FI들이 반대하고 있다. 다른 FI들은 현재 주가가 1만1000원대인 대우건설 주식을 1.5배 이상 비싼 1만8000원에 팔 수 있는 기회를 놓치는 것이 더 비현실적이라는 입장이다.

채권단은 오는 5일까지 FI들과의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채권행사 유예기간인 이달 내에 워크아웃 개시에 들어가는 것이 불가능할 뿐 아니라 금호산업의 상장 유지도 어렵다는 입장이다.

채권단 관계자는 "워크아웃 개시를 통해 금호산업이 자본잠식 상태를 벗어나야 상장을 유지할 수 있고,이렇게 해야 금호산업에 대한 출자전환 등 구조조정의 틀을 유지할 수 있다"며 "더 이상 FI들과의 입씨름에 시간을 허비할 수 없다"고 말했다. 채권단 내에서는 FI들의 동의를 더 이상 기다리기 어려운 만큼 법정관리 신청에 따른 대책마련이 불가피하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법정관리의 경우 금호산업과 채권단은 물론 상거래 채권을 보유한 협력업체와 개인 투자자 모두 보유 채권이 최장 10년간 묶이면서 막대한 손실을 입게 된다. 상장폐지에 따른 개인 투자자들의 피해도 예상된다.

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