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마아파트 재건축 조건부 허용] 4修 끝 통과…하반기부터 사업 본격 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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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은 사실상 정치적 이유에서 안 됐다고 봐야 하지 않겠습니까?"
1979년 말 준공돼 올해로 만 30년을 넘긴 서울 강남구 은마아파트가 네번의 도전 끝에 안전진단을 통과한 데 대한 강남구청 관계자의 이야기다. 노후도 등 여러 요건을 봤을 때는 일찌감치 재건축됐어야 할 아파트지만 '은마'라는 이름이 가지는 상징성 때문에 안전진단 통과가 지연됐다는 것이다. 특히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5년 안전진단에서는 재건축 불가를 뜻하는 '유지 · 보수'가 아니라 '보류'라는 애매한 판정으로 고배를 마시기도 했다. 강남구청 관계자는 "당시 아파트값이 워낙 급등하다 보니 은마아파트의 재건축 사업 추진에 부담을 느낀 정권 차원의 입김이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건부' 통과는 '사실상' 통과
은마아파트가 이번 안전진단에서 받은 '조건부 통과' 판정은 관할 구청장이 재건축사업 추진에 개입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재건축 아파트의 철거가 일시에 몰리지는 않는지,지역 주택 매매가가 지나치게 오르는지 등을 감안해 사업추진 속도를 규율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점에서 주민들이 자율적으로 정비계획수립과 조합설립인가 시점 등을 결정할 수 있는 단순 '통과'와는 다르다. 서울시 공무원들은 대부분 '조건부 통과'가 사실상 '통과'와 다름없는 의미를 가졌다고 해석했다. 주택공급과 관계자는 "지금까지 재건축 안전진단에서 '조건부 통과'라는 결과가 몇 차례 나왔지만 구청장이 실제로 '조건'을 단 적은 한 차례도 없었다"고 설명했다. 오는 6월2일 지방선거를 3개월여 앞둔 상황에서 구청장이 주민들의 중요한 재산권에 '토'를 달기가 쉽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강남구가 안전진단 용역을 앞둔 지난 1월 별도의 공청회를 열어 국토해양부에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 완화를 요구할 정도로 재건축 추진에 적극적이었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이르면 2015년께 재건축 완료이번 안전진단 통과에 따라 은마아파트는 조합설립 인가→사업시행 인가→관리처분총회→이주 및 철거 등의 절차를 남겨놓게 됐다. 소유주들은 올해 하반기부터 정비계획수립과 정비구역지정 절차를 진행해 내년에는 조합설립과 사업시행 인가를 거치는 등 사업에 본격적인 속도를 낼 전망이다. 철거와 아파트 건축 등의 시간까지 감안하면 앞으로 최소 5년 정도의 시간이 걸릴 것으로 강남구는 예상했다.
하지만 걸림돌도 남아 있다. 재건축을 통해 지어지는 아파트의 20%를 전용면적 60㎡ 이하의 소형으로만 짓게 하는 소형평형 의무비율이 문제다.
현재 은마아파트는 △전용면적 77㎡ 2674채 △85㎡ 1750채로 구성돼 있어 일부 조합원들은 재건축을 통해 오히려 평형을 줄여가야 할 처지다. 반면 전용면적을 10% 늘리는 '1 대 1 재건축'을 하면 소형평형 의무비율을 피해갈 수는 있지만 단지 전체가 중형 아파트만으로 채워진다는 문제가 남는다. 주택 소유주 입장에서 2억~3억원에 달하는 추가 부담금을 내면서 빨리 재건축을 해야 할 이유가 없는 상황이다. ◆주변 집값 자극 여부 관심
관심은 이번 안전진단 통과가 은마아파트를 비롯한 강남권 중층 재건축아파트 시장에 미칠 영향이다. 인근 부동산중개사들과 전문가들은 당장 큰 영향은 없을 것으로 관측했다. 시장 분위기가 워낙 얼어붙어 있는 데다 호재가 이미 가격에 반영됐다는 게 이유다.
은마아파트 전용면적 85㎡는 예비안전진단 통과 전인 지난해 10월 11억원에 거래됐다가 12억원 초반까지 매매됐지만 지금은 11억원 후반에도 급매가 나와 있다.
인근 미광공인 관계자는 "안전진단 통과가 어려울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면서 떨어진 가격인 만큼 12억원 선을 회복할 수는 있을 것"이라면서도 "현재 분위기는 시세에 호재가 이미 반영됐다는 관측이 반,더 오를 것이라는 기대가 반"이라고 전했다. 은마아파트 안전진단 통과에 따른 반사이익은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가 가장 클 것으로 보인다. 1978년 은마아파트보다 1년 빨리 지어졌고,그동안 안전진단의 문턱을 두 차례 넘지 못했지만 다음 달 정밀안전진단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등 여러 가지 면에서 비슷하기 때문이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
1979년 말 준공돼 올해로 만 30년을 넘긴 서울 강남구 은마아파트가 네번의 도전 끝에 안전진단을 통과한 데 대한 강남구청 관계자의 이야기다. 노후도 등 여러 요건을 봤을 때는 일찌감치 재건축됐어야 할 아파트지만 '은마'라는 이름이 가지는 상징성 때문에 안전진단 통과가 지연됐다는 것이다. 특히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5년 안전진단에서는 재건축 불가를 뜻하는 '유지 · 보수'가 아니라 '보류'라는 애매한 판정으로 고배를 마시기도 했다. 강남구청 관계자는 "당시 아파트값이 워낙 급등하다 보니 은마아파트의 재건축 사업 추진에 부담을 느낀 정권 차원의 입김이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건부' 통과는 '사실상' 통과
은마아파트가 이번 안전진단에서 받은 '조건부 통과' 판정은 관할 구청장이 재건축사업 추진에 개입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재건축 아파트의 철거가 일시에 몰리지는 않는지,지역 주택 매매가가 지나치게 오르는지 등을 감안해 사업추진 속도를 규율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점에서 주민들이 자율적으로 정비계획수립과 조합설립인가 시점 등을 결정할 수 있는 단순 '통과'와는 다르다. 서울시 공무원들은 대부분 '조건부 통과'가 사실상 '통과'와 다름없는 의미를 가졌다고 해석했다. 주택공급과 관계자는 "지금까지 재건축 안전진단에서 '조건부 통과'라는 결과가 몇 차례 나왔지만 구청장이 실제로 '조건'을 단 적은 한 차례도 없었다"고 설명했다. 오는 6월2일 지방선거를 3개월여 앞둔 상황에서 구청장이 주민들의 중요한 재산권에 '토'를 달기가 쉽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강남구가 안전진단 용역을 앞둔 지난 1월 별도의 공청회를 열어 국토해양부에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 완화를 요구할 정도로 재건축 추진에 적극적이었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이르면 2015년께 재건축 완료이번 안전진단 통과에 따라 은마아파트는 조합설립 인가→사업시행 인가→관리처분총회→이주 및 철거 등의 절차를 남겨놓게 됐다. 소유주들은 올해 하반기부터 정비계획수립과 정비구역지정 절차를 진행해 내년에는 조합설립과 사업시행 인가를 거치는 등 사업에 본격적인 속도를 낼 전망이다. 철거와 아파트 건축 등의 시간까지 감안하면 앞으로 최소 5년 정도의 시간이 걸릴 것으로 강남구는 예상했다.
하지만 걸림돌도 남아 있다. 재건축을 통해 지어지는 아파트의 20%를 전용면적 60㎡ 이하의 소형으로만 짓게 하는 소형평형 의무비율이 문제다.
현재 은마아파트는 △전용면적 77㎡ 2674채 △85㎡ 1750채로 구성돼 있어 일부 조합원들은 재건축을 통해 오히려 평형을 줄여가야 할 처지다. 반면 전용면적을 10% 늘리는 '1 대 1 재건축'을 하면 소형평형 의무비율을 피해갈 수는 있지만 단지 전체가 중형 아파트만으로 채워진다는 문제가 남는다. 주택 소유주 입장에서 2억~3억원에 달하는 추가 부담금을 내면서 빨리 재건축을 해야 할 이유가 없는 상황이다. ◆주변 집값 자극 여부 관심
관심은 이번 안전진단 통과가 은마아파트를 비롯한 강남권 중층 재건축아파트 시장에 미칠 영향이다. 인근 부동산중개사들과 전문가들은 당장 큰 영향은 없을 것으로 관측했다. 시장 분위기가 워낙 얼어붙어 있는 데다 호재가 이미 가격에 반영됐다는 게 이유다.
은마아파트 전용면적 85㎡는 예비안전진단 통과 전인 지난해 10월 11억원에 거래됐다가 12억원 초반까지 매매됐지만 지금은 11억원 후반에도 급매가 나와 있다.
인근 미광공인 관계자는 "안전진단 통과가 어려울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면서 떨어진 가격인 만큼 12억원 선을 회복할 수는 있을 것"이라면서도 "현재 분위기는 시세에 호재가 이미 반영됐다는 관측이 반,더 오를 것이라는 기대가 반"이라고 전했다. 은마아파트 안전진단 통과에 따른 반사이익은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가 가장 클 것으로 보인다. 1978년 은마아파트보다 1년 빨리 지어졌고,그동안 안전진단의 문턱을 두 차례 넘지 못했지만 다음 달 정밀안전진단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등 여러 가지 면에서 비슷하기 때문이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