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0 서울회의서 강력한 금융개혁案 내놔야"

스티글리츠 컬럼비아대 교수 인터뷰

은행 대마불사 막는 게 금융개혁 최우선 과제
부양책 후유증 경계해야
조셉 스티글리츠 컬럼비아대 교수(66)는 3일 "오는 11월 서울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또 다른 금융위기를 막기 위한 구속력 있는 금융규제 방안이 반드시 논의돼야 한다"고 말했다.

스티글리츠 교수는 이날 뉴욕 맨해튼 타임워너빌딩에서 루스벨트연구소 주최로 열린 금융개혁 컨퍼런스에 참석한 후 기자와 만나 "그동안 세 차례 열렸던 G20 정상회의에서 실효성 있는 금융개혁 논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며 "한국이 의장국인 서울 회의에서는 대마불사,신용부도스와프(CDS),소비자 보호를 위한 금융상품안전위원회 신설 문제를 협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CDS는 부도위험에 대비한 일종의 금융파생상품으로 금융위기를 촉발시킨 주범 가운데 하나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그는 2001년 시장의 정보비대칭 이론으로 노벨경제학상을 받았으며 현재 루스벨트연구소의 수석 이코노미스트를 겸직하고 있다. 스티글리츠 교수는 "또 다른 금융위기를 막기 위해선 투명성과 경쟁성 같은 시장원칙이 복원될 수 있도록 강력하고 광범위한 금융개혁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날 루스벨트연구소가 '시장을 시장답게 만들어라(Make Markets be Markets)'는 주제로 컨퍼런스를 개최한 것도 금융개혁 방향을 제시하기 위한 것이란 설명이다.

그는 미 금융산업 전망과 관련,"미국 경제는 주택압류 증가,상업용 모기지(부동산담보대출) 부실 등 여전히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진단한 뒤 "은행 부실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만큼 은행 수익성은 당분간 악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현재 주택가치가 모기지 상환금액을 밑도는 이른바 깡통주택 비중이 4분의 1에 육박하고 올해 모기지를 제때 갚지 못해 압류당하는 주택이 지난해보다 증가한 250만~350만채가량 될 것으로 예상했다.

스티글리츠 교수는 금융개혁과 관련,최우선 과제로 2008년 금융위기가 터진 뒤 대규모 구제금융이 지원되는 과정에서 한층 심화된 '대마불사' 문제를 꼽았다. 규모가 큰 은행은 절대 무너지지 않는다는 '대마불사' 문제를 적절히 다루지 않으면 미국 경제도 일본과 같은 장기 침체로 빠져들 수 있다는 것이다. 대형 금융사에 추가 세금을 물리고,상업은행의 자기자본거래(proprietary trade)를 제한하는 이른바 '볼커 룰'은 타당하지만 이 같은 개혁이 제대로 추진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는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소비자와 일반 투자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금융상품안전위원회(Financial Product Safety Commission)'는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산하에 두지 말고 독립적으로 설립해야 실효성을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각국 정부의 늘어나는 재정적자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했다. 부양책으로 경제위기가 단기간에 끝날 수 있을 것이란 낙관론은 오류라는 지적이다. 재정적자가 불어나면 경제가 본격적인 회복세를 타기 전에 부양책을 거둬들여야 한다는 압력을 받게 돼 결국 더블딥(경기 일시 반등 후 다시 침체)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이다. 출구전략 연착륙에 대한 시장의 기대에 일종의 경고를 보낸 셈이다. 그리스의 재정위기에 대해서는 "유럽연합(EU)이 적극적으로 지원에 나서 투기세력의 공격을 막으면 점차 안정을 되찾게 될 것"으로 내다봤다.

뉴욕=이익원 특파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