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지자체 일자리 창출 숫자놀음은 안된다

국가고용전략회의 3차 회의가 어제 청와대에서 열렸다. 일자리 창출이 국가적 과제가 되면서 대책 모색은 한두 번이 아니었고,대통령이 주재하는 이 회의만도 올 들어 벌써 세 번째다. 일상적인 정책 업무처럼 된 것이 고용대책이지만 이번 회의에 특히 주목하는 것은 지자체가 일자리 창출의 주역으로 본격 나섰다는 점 때문이다. 지자체가 '일자리 전쟁'에 적극 나선 것은 때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그만큼 긴요한 일임이 분명하다. 중앙의 여러 부처들이 정책방안을 모색하고 비용예산 문제에 매달리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공공부문에서 의미있는 일자리를 하나라도 더 만들어 내는 것은 지자체나 공기업,정부 산하기관 같은 곳이다.

어제 회의에서 정해진 몇몇 방안들은 잘만하면 의미있는 결과를 낼 것으로 기대도 된다. 지자체간 일자리 조성 목표와 실적을 공시하고 평가도 해서 지역간 경쟁을 촉진(促進)시키기로 한 것이나,정부보조금 지원에서 지방의 자율성을 확대키로 한 것 등이 그런 예다. 대구시의 고용우수기업에 대한 지방세 50% 감면 제도를 확산시키기로 한 것과 그런 기업에 자금지원,물품우선구매와 같은 인센티브 부여도 효과가 기대되는 방안이다. 그러나 지자체간 경쟁이나 지방의 자율은 과도해지면 부작용도 따른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무엇보다 숫자맞추기 식의 외형경쟁부터 배제돼야 한다. 어제 결정한 '지역공동체 일자리사업'만 해도 경상경비,축제성 경비 3000억원을 절감해 그 돈으로 일자리 3만개를 창출하겠다는 것인데,일자리 문제가 다급하긴 하지만 숫자에 연연할 일은 아니다. 이런 식으로 외형 목표에 집착하면 공공근로와 같은 선심성의 일자리 나눠먹기로 전락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저소득 취약계층이 중장기적으로 자립을 도모할 수 있고 경제에도 도움 될 내실있는 일자리 만들기다.

이점에서 지자체장의 역할이 특히 중요해졌다. 통계실적에서 다소 밀리더라도 지역 특성을 살리고 실정에 맞으면서 해당 지역 경제에 도움 되도록 일자리 질을 높이는데 주력해야 한다. 잘못되면 일자리 창출은 단기 효과,일회성 행사로 끝나고 지방재정만 거덜낼 수 있다는 경각심이 필요하다. 가뜩이나 석달 후면 지방선거도 있어 인기영합적인 일자리 정책이 남발될 개연성도 없지 않아 하는 말이다. 어제 보고된 서울시,경기도,구미시,장흥군의 성공사례를 보면 일자리 창출은 무궁하다는 생각도 든다. 전국의 광역 및 기초단체장들이 상호 경험을 공유하고 중앙정부와 유기적으로 협력한다면 보다 큰 성과를 거두리라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