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인사이드] 새 회계기준 도입 속타는 기업 : 정유사는 失ㆍ건설사는 得

부실기업 M&A 어려워질 듯
새 기준으로 달라지는 세금 
기존 회계기준(K-GAAP)에서 새 회계기준(IFRS)으로 바뀌면 기업에 따라 내야 하는 세금도 늘어나거나 줄어들게 돼 명암이 엇갈릴 전망이다. 쉽게 말해 장부상 가치(기존 방식)로 자산을 따지다가 실질가치(새 기준)에 충실하게 되면 숫자가 커지거나 작아져 회사의 상태는 그대로인데도 세금은 바뀔 수 있어서다.

우선 정유사들은 유가가 오를 경우 세금이 지금보다 커질 수 있다. IFRS에서 '후입선출법(LIFO · Last In First Out)'을 인정하지 않는 데서 비롯된다. 후입선출법이란 매출원가를 계산할 때 최근 매입한 가격으로 재고를 따지는 규정을 말한다. 예컨대 정유사가 원유를 여러 차례 수입해 보관하다가 매출이 일어나면,처음에 들여온 원유 가격 대신 가장 최근 도입한 가격을 적용하고 있다. 이 때문에 원유 가격이 오를 경우 정유사들의 이익은 줄어드는 것처럼 회계처리돼 법인세를 적게 낼 수 있었다. 하지만 IFRS 도입으로 재고를 '선입선출법(FIFO · First In First Out)'이나 '총평균법' 등으로 평가하도록 바뀌면 예전에 싸게 사들인 원유 가격을 적용하게 돼 그 사이 원유값이 올랐다면 그 마진만큼 정유사들의 법인세 부담은 늘어나게 된다.

이와 함께 비행기나 가스배관 등을 가진 회사들도 세금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새 회계기준은 유형자산의 가치를 매년 평가해야 한다. 따라서 기존 세법에서 정한 기준 수명보다 오래 쓰는 자산을 보유한 기업들은 매년 비용 지출이 줄어드는 것처럼 나와 이익이 증가하는 효과를 낸다. 반면 건설사들의 세금은 줄어들 수도 있다. 수익 인식이 진행 기준에서 완성 기준으로 바뀌기 때문이다. 아파트 공사를 한다면 완공해야만 매출로 받아들여진다는 얘기다. 따라서 건설사들은 공사 기간에는 법인세 부담을 미루는 효과가 생긴다.

앞으로는 부실기업을 인수하는 방식으로 절세하는 '꼼수'도 힘들어질 것으로 보인다. 새 회계기준에선 인수한 기업의 결손금을 합병법인이 인식하지 못하도록 한 데 따른 것이다. 인수 · 합병(M&A) 컨설팅 업체인 ACPC의 남강욱 부사장은 "그동안 절세를 노리고 일부러 적자가 누적된 상장사를 인수하는 경우도 더러 있었지만 세법에서 새 회계기준을 받아들이면 부실 상장사는 우회상장 통로로서의 매력이 크게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세법에 새로 반영해야 할 부분도 눈에 띈다. 새 회계기준에선 달러 등의 통화를 기준으로 회계처리하는 '기능통화제'가 도입된다. 하지만 현행 세법에선 기능통화 개념이 없다. 따라서 새로운 세법이 이를 반영하지 않으면 수출입을 많이 하는 기업들은 세무용 장부를 별도로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조재희 기자 joyja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