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메니아 사태 둘러싸고 美·터키 갈등

[한경닷컴]
동맹 관계인 미국과 터키 사이가 급격히 벌어지고 있다.미 연방하원 외교위원회가 제1차 세계대전 당시 터키가 아르메니아인 150만명을 집단학살했다는 비난 결의안을 통과시키자 터키 정부가 이에 반발,미국 주재대사를 소환하고 나선 것이다.

로이터통신은 4일 “미 하원 외교위가 터키와의 관계 악화를 우려한 백악관의 압력에도 불구하고 약 100년전 터키의 행위를 비난하는 결의안을 찬성 23,반대 22의 근소한 차이로 통과시켰다”고 보도했다.

1915∼1917년 당시 150만여명의 아르메니아인이 목숨을 잃은 데 대해 아르메니아는 터키의 전신인 오스만투르크 제국이 ‘인종학살’을 시행했다고 주장해왔다.반면 터키는 “단순 내전에 의한 희생자로 사망자수도 부풀려졌다”며 어두운 과거사를 부인하는 입장이다.

백악관이 미·터키 관계에 악영향을 우려,여러 경로를 통해 하원 외교위가 결의안을 채택하지 않도록 집요하게 로비를 폈음에도 불구하고 결의안이 통과되자 미국과 터키 관계는 급속히 냉각되고 있다.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총리는 비난결의안이 통과되자 마자 즉각 주미대사를 소환하는 한편 성명을 통해 “터키가 저지르지도 않은 범죄를 이유로 들어 터키를 비난했다”며 강력히 반발했다.

한편 미 외교위의 이번 결의안이 하원 본회의에서도 통과될지는 확실치 않은 상황이다.지난 2007년에도 유사한 결의안이 상임위를 통과했지만 당시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강력한 로비에 힘입어 하원 본회의에는 상정되지 않았었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