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금 올들어 8천억 '사자'…추가매수 종목 관심

기아차·삼성전자·현대車 등 집중 매수
"국민연금 올해 12조 더 사들일 듯"
올 들어 연기금 매수세가 꾸준히 이어지면서 이들이 사는 종목이 주목받고 있다. 상대적으로 장기적인 안목에서 투자 대상을 고르는 연기금이 손을 대는 종목이라면 불확실한 장세에서도 기댈 언덕이 있다는 인식 때문이다.

연기금의 '사자'는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국민연금만 해도 올해 주식 매수 여력이 12조원에 달할 것이란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연기금은 보통 업황이 유망한 업종에서 투자 종목을 찾는다며 지금은 시장의 주목을 받지 못하지만 2~3년 뒤를 내다보고 장기 투자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전했다.
◆연기금,올해 12조원 추가 순매수 기대

5일 연기금은 유가증권시장에서 238억원을 순매수했다. 이로써 올 들어 2개월여 동안 순매수 금액이 8857억원에 달했다. 연기금은 코스피지수가 지난 1월21일 고점(1722.01)을 찍고 밀리기 시작해 1600선 안팎에서 움직이는 동안에도 3일만 빼고 순매수를 계속했다.

오태동 토러스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펀드 환매로 투신권의 수급 공백이 생기자 연기금이 구원투수로 활약해 증시 안전판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다"고 평가했다. 김병연 우리투자증권 연구원도 "연기금 매수 규모가 지수 상승을 견인할 만큼 크진 않지만 지수 조정기에 하락폭을 줄여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앞으로도 연기금의 추가 매수가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다. 현대증권은 최대 연기금인 국민연금이 올해 추가로 주식을 살 수 있는 금액을 최대 12조원 선으로 분석했다. 이 증권사 유수민 연구원은 "국민연금의 지난해 국내 주식 편입 비중이 목표치(15.2%)에 미치지 못하는 13%였고,올해는 목표 비중이 16.6%이기 때문에 12조8000억원 순매수를 예상할 수 있다"며 "올 들어 이미 산 금액을 제외해도 12조원에 가까운 순매수가 가능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김 연구원은 "국민연금 외에 다른 연기금도 올해 주식 비중을 확대할 가능성이 크다"며 "과거 경험상 향후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이 10배 미만일 때 순매수가 집중됐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PER 10배는 코스피지수 1600대 중반"이라고 덧붙였다.


◆연기금 매수 후보는 은행 · 보험 · 해운연기금이 올 들어 가장 많이 산 종목은 기아차로 1086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이어 삼성전자 현대중공업 하나금융 삼성전기 외환은행 포스코 현대건설 등을 각각 500억원 넘게 사들였다.

연기금 매수세에 힘입어 기아차는 올해 13.47% 뛰었다. 이날도 1.11% 오른 2만2750원에 장을 마쳐 52주 신고가를 갈아치웠다. 한 외국계 자산운용사 펀드매니저는 "연기금이 기아차를 산다는 얘기가 일찍부터 퍼져 일부 투신사가 따라 사면서 주가가 탄력을 받았다"고 전했다. 그는 "연기금은 지수대별로 투자할 자금을 나눠 순차적으로 집행하기 때문에 연기금이 산 종목이라고 무턱대고 추격 매수에 나서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향후 연기금의 매수 타깃이 될 수 있는 업종으로는 은행 보험 해운 등이 꼽힌다. 오 팀장은 "밸류에이션(주가 수준) 측면에서 싸보이는 업종 가운데 은행과 보험에 연기금 매수세가 몰릴 것"으로 예상했다. 조윤남 대신증권 투자전략부장은 "그동안은 투자자들로부터 큰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해운주는 장기적인 성장성이 있는 업종이어서 연기금이 관심을 가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한 자산운용사 주식운용본부장은 "연기금은 특정 업종을 시장 평균에 비해 많이 사거나 적게 사는 일을 꺼린다"며 "한국전력과 KT는 연기금이 이미 많이 보유한 대표적인 종목이란 점도 유념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장경영 기자 long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