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社 정기주총…기관, 잇단 반대 목소리 '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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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엘아이 투신 반대속 임원 재선임25개 상장사가 정기주주총회를 연 5일 기관투자가나 일반투자자들이 '반대'목소리를 뚜렷이 내며 경영진을 견제하고 나서 최근의 달라진 주총 모습을 그대로 드러냈다. 또 배당확대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모습도 보였다.
제다는 표대결 끝에 경영권 방어
정용진 부회장, 등기이사 선임
코스닥시장의 LCD(액정화면) 패널업체 티엘아이 주총에서는 주요 주주인 프랭클린템플턴투신운용(지분율 8.03%)이 10년 이상 장기 재직을 이유로 임모 감사 후보의 재선임에 반대 목소리를 냈다. 합성수지 첨가제 업체 송원산업에서도 지분 5.5%를 보유한 3대 주주 유리자산운용이 사외이사 선임에 '반대' 의결권을 행사했다. 금형부품업체 제다(옛 루보)의 주총에서는 기관은 아니지만 경영권 인수를 시도하고 있는 코스닥 상장사인 퓨비트가 개인투자자들을 내세워 표대결을 벌인 끝에 경영진 측이 승리했다.
이원기 알리안츠자산운용 사장은 "기관투자가들 사이에선 주주가치를 훼손한다고 판단되면 눈치보지 않고 반대의견을 개진하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날 기관의 반대의견은 전부 경영진 측의 표에 밀렸다.
배당확대를 통해 주주가치 극대화에 나선 기업들도 눈길을 끌었다. 수년째 영업손실과 순손실을 기록하고 있는 한국화장품은 5년째 차등배당 정책을 이어갔다. 최대주주는 주당 15원,소액주주는 주당 20원을 배당하기로 했다. 흑자전환에 성공한 삼양사는 주당 1500원(우선주 1550원)의 현금배당 계획을 확정해 배당액을 지난해보다 무려 3배나 늘렸다. 배당 총액도 44억원에서 133억여원으로 뛰어올랐다.
대한극장을 직영하는 세기상사는 순손실 1억원을 내며 적자전환했지만 지분율 1% 미만 소액주주들에게는 배당을 하기로 결정했다. 총 277명 소액주주에게 보통주 한 주당 1000원이 지급된다.
이날 정기추총을 연 신세계는 전문경영인 시대를 마감하고 공식적으로 '오너 경영 시대'를 개막했다. 정용진 부회장과 함께 박건현 백화점 부문 대표, 최병렬 이마트 부문 대표를 주총에서 등기이사로 정식 선임했다. 이에 따라 정 부회장은 1995년 말 신세계 전략팀 이사로 입사한 지 15년 만에 이사회 멤버가 됐다. 신세계는 또 일부 정관을 변경,'다양한 형태의 가맹사업'을 사업목적에 추가했다. 회사 관계자는 "기업형 슈퍼마켓인 '이마트 에브리데이'를 비롯해 향후 여러 형태의 사업을 추진하는 데 있어 보다 능동적이고 빠르게 대처하기 위해 미리 정관을 변경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세계 계열사인 광주신세계와 신세계푸드도 이날 나란히 주총을 개최했다. 지난해 백화점과 이마트를 합친 복합쇼핑몰로 자리를 잡은 광주신세계는 2008년과 마찬가지로 주당 1250억원,총 20억원의 연간 배당 계획도 확정했다. 급식 및 식자재 유통 사업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신세계푸드는 유가증권 시장으로의 이전을 조건으로 코스닥시장 상장폐지 안건을 통과시켰다.
이 밖에 임충헌 한국화장품 회장과 박준형 신라교역 회장, 최충경 경남스틸 사장 등 오너 경영진이 모두 임기를 경신했다. 반도체칩업체 바른전자는 최근 케이디씨정보통신으로 최대주주가 바뀌면서 채종원 케이디씨정보통신 대표와 김태섭 아이스테이션 대표를 각각 신규 이사로 선임했다.
문혜정/강현우 기자 selenm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