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칙있는 주주권 행사로 경영간섭 우려 없애겠다"

전광우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취임 100일

"올해 안에 주주권 행사의 대상 · 범위 · 절차 등을 포괄적으로 규정한 가이드라인(지침)을 만들 계획입니다. 주주권 행사와 관련된 관치(官治)나 경영간섭 우려를 잠재우기 위한 것입니다. "

오는 11일로 취임 100일을 맞는 전광우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은 7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강화되는 주주권 행사는 투명하고 공정한 절차에 따라 이뤄질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올해 업무계획에 주주권 행사 강화가 들어갔다. 확고한 의지인가.

"주주권 행사는 주주로서의 당연한 권리이자 기금수익을 극대화해야 하는 공단의 의무이다. 국민연금은 국내 상장사 전체 시가총액의 5%가량을 차지하고 있는데 앞으로 4,5년 뒤면 이 비율이 10% 정도로 늘어날 전망이다. 오너가 있는 기업이 아니라면 1대 주주로 올라서는 경우도 많아질 것이다. 책임있는 주요 주주로서 주주권 행사를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그러나 주주권 행사는 정해진 가이드라인에 따라서만 이뤄질 것이라고 약속한다. "

▼가이드라인에 대해 좀 더 설명해달라."의결권 행사나 사외이사 추천,배당 요구 등 모든 주주권 행사 방안에 대한 지침을 담을 것이다. 가령 지분율 몇 % 이상 혹은 시가총액 얼마 이상 등의 경우에만 사외이사를 추천할 수 있다는 식이다. 구체적인 내용은 세미나 등을 통해 외부 의견을 충분히 수렴한 뒤 결정할 계획이다. 늦어도 하반기까지 작업을 마무리해 내년 3월 주총부터 이 가이드라인을 적용할 방침이다. "

▼사외이사 추천은 어떻게 이뤄지나.

"기업의 요청이 있는 경우 지분율이 높은 기업에 우선 사외이사를 추천할 계획이다. 물론 요청이 없어도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추천할 수 있다고 본다. 학계 · 기업계 · 언론계 등 다양한 분야에서 능력이 검증된 인사를 사외이사로 추천할 것이다. 무엇보다 공정성이 보장돼야 하기 때문에 추천인사 선정을 독립된 외부위원회에 맡기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작년에 해외 부동산을 많이 사들였는데 시기가 적절했는지 논란이 있다.

"그리스 등 유럽 국가들의 재정위기 때문에 우려가 있는 것 같다. 그러나 사들인 부동산은 모두 임대 기간을 보장받아 안정적인 수입을 올릴 수 있다. 또 런던의 HSBC 본사 빌딩 등의 시세도 산 가격보다 올랐다. 영국에만 투자가 집중된 것 아니냐는 말도 있지만 투자가 늘어나면 자연스럽게 분산될 것이다.

국내 기관투자가와 함께 해외 부동산에 투자하는 것을 추진하고 있다. 자금 여력이 부족해 해외 부동산 투자에 나서기 힘들었던 국내 기관에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부동산 외의 해외 투자도 늘릴 계획인가.

"해외 주식과 채권의 비중은 지난해 각각 4.8%와 3.8%에서 올해는 5.1%와 4.1%로 늘리기로 기금운용 계획에 정해져 있다. 좀 더 공격적인 투자를 위해 유망한 해외 주식과 채권을 집중적으로 대거 사들일 방침이다. 지금까지는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대형주들을 조금씩 분산해 사왔는데 수익률 극대화에 한계가 있었다. 이달 중에 전 세계 최대 사모투자펀드(PEF)인 블랙스톤그룹의 스테판 슈바르츠만 회장이 한국을 방문해 국민연금과 공동 투자를 협의할 예정이다. "

▼하이닉스 현대건설 등 대형 매물의 M&A(인수합병)에 참여해달라는 요청이 많을 것 같다.

"금호생명 인수에 참여하면서 그런 기대가 많아진 게 사실이다. 국민연금의 참여 없이는 '실탄'(자금) 부족으로 대형 M&A가 성사되기 힘들다는 말도 들었다. 그러나 우리는 철저하게 수익성과 안전성 잣대를 가지고 재무적 투자자(FI)로 참여할지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인수 주체인 전략적 투자자(SI)의 신뢰도와 경영능력도 중요하게 고려할 생각이다. "

▼국내 증시에서 국민연금에 거는 기대가 크다.

"증시 안정을 위해 주식을 사지는 않는다. 하지만 국민연금은 2043년까지 2465조원으로 10배가량 불어나기 때문에 주식 비중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 작년 말 기준 13.1%인 국내 주식 비중은 올해 16.6%로 높아질 것이다. 자연히 증시 수급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생각한다. 조만간 포스코파워에 2600억원을 투자하는 본계약을 맺는 등 기업 설비투자에도 1조원가량 투자해 산업 활성화에 도움이 되도록 하겠다. "

▼연금보험료 납부방법을 어떻게 개선할 것인가.

"올 상반기 중으로 휴대폰을 이용한 신용카드나 실시간 은행계좌 이체로 보험료를 납부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다. 하반기에는 그동안 지역가입자에 대해서만 시행하고 있는 신용카드 납부제도를 영세사업장으로 확대한다. "

서욱진/강은구 기자 venture@hankyung.com◆ 전광우 이사장은…

△1949년 서울 출생 △서울사대부고 △서울대 경제학과 △미국 인디애나대 경제학 석사 · 경영학 박사 △미국 미시간주립대 교수 △세계은행 국제금융팀장 △국제금융센터 소장 △우리금융그룹 총괄부회장 △딜로이트코리아 회장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국제금융담당 고문 △포스코 이사회 의장 △금융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