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바닥부터 하나씩

출장을 다니다 보면 가끔 그 지역에서 소문난 맛집을 들르곤 한다. 그런데 필자가 회사를 경영하는 사람이다 보니 '잘 되는' 맛집의 경영방식이나 주인의 철학까지 유심히 살펴보게 되고,장사가 잘 안 되는 집과 비교도 하게 된다.

소문난 맛집은 몇 가지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한두 가지 메뉴에 집중하고,해당 음식을 오랫동안 만들어 온 경우가 많다. 흔히 "가게를 넓히면 음식 맛이 달라진다"고 말하는 이유는 이러한 점들이 흐트러지기 때문일 것이다. 다시 말해 '바닥부터 시작하고','한우물을 깊게 판다'는 것이 이름난 음식점을 키우는 '비법'이 아닌가 싶다. 세계적으로 가장 맛있는 이탈리아 요리집은 로마가 아닌 도쿄에 있다고 할 정도로 음식에 대한 장인정신이 유명한 일본에는 다양한 일화가 있다. 주방장이 되려고 설거지를 비롯한 잡일부터 시작해 수십 년의 경력을 쌓아가는 사람 이야기,맛있는 초밥을 만들기 위해 모래로 초밥 만드는 연습을 한다는 등 다소 과장스럽게까지 들리는 이야기들도 많다. 그러나 그들의 성공신화에는 언제나 초라하고 볼품없는 시작,그러나 포기하지 않고 끊임없이 반복하는 노력,사소해 보여도 중요한 기본을 지키는 고집이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필자의 회사는 영업 지원 부서의 신입사원이 들어오면 특판 영업부터 시킨다. 지원 업무지만 영업의 밑바닥부터 경험해봐야 한다는 생각에서다. 입사하자마자 영업을 하게 하면 정착률이 떨어질 것이란 우려도 있었지만,결과는 반대였다. 이유는 간단하다. 영업을 경험해 본 사람만이 영업부 식구들의 애환을 이해하고 그들과 소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영업관리는 제도관리뿐 아니라 '마음관리'가 중요하다. 조직원의 '마음관리'는 영업현장을 눈으로만 보고 배운 사람에게는 불가능한 일이다.

필자는 20년 넘게 차를 타고 다니지만 운전을 못한다. 운전하는 것을 눈으로만 보았지 직접 안 해 보았기 때문이다. 야구 용어를 꿰고 있다고 해서 홈런을 날릴 수 없고,수학 공식을 외웠다고 어려운 문제를 술술 풀 수 없다. 모두 마찬가지다. 밑바닥부터 기본을 충실히 훈련하고 올라가야만 '잘한다'는 말을 들을 수 있다. 처음부터 '장인(匠人)'이 되는 사람은 없다. 어떤 일이든 기본을 반복하고,이를 포기하지 않고 나아가는 것이 중요하다. 때로는 뼈아픈 실패를 맛볼 수도 있다. 하지만 에디슨이 수천 번의 실패를 수 가지 가능성을 탐색하는 기회로 삼아 성공했듯,의지를 불태우는 사람에게 실패는 성공의 밑거름이다.

모든 것이 새로 시작되는 3월이다. 갓 입사한 신입사원이든 대학에 첫발을 내디딘 신입생이든,지금 발 딛고 있는 이곳을 튼튼하게 다지는 것이 자신이 성장할 수 있는 반석(盤石)임을 믿고 하나하나 충실하게 다져 나갈 일이다.

장평순 교원그룹 회장 chang@kyowo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