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 부도 공포…6~7개 중견업체도 위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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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원건설, B등급 1년만에 '퇴출'작년 말부터 자금난에 시달려 온 성원건설이 8일 채권단으로부터 사실상 퇴출판정을 받으면서 건설업계에 '부도대란' 공포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성원건설은 글로벌 금융위기에 따른 주택사업 부진과 해외사업 실패에 따른 경영난 악화를 이기지 못해 채권단으로부터 이날'D등급'의 신용평가를 받았다. 건설업계는 올 들어 성원건설 외에도 6~7개의 업체들이 누적되는 미분양 채무와 신규사업 지연으로 부도가 임박했다는 루머가 나돌면서 분위기가 흉흉해지고 있다.
아파트 계약자 피해는 적을 듯
◆퇴출 판정 성원건설은작년도 시공능력평가에서 54위의 성원건설은 그동안 '상떼빌'이란 브랜드로 아파트 공급을 활발히 펼쳐왔다. 1977년 태우개발로 출발해 이듬해인 1978년 회사 이름을 성원건설㈜로 변경했다. 주택사업 외에도 토목과 해외사업을 병행해 왔다.
성원건설이 자금난에 봉착한 것은 2008년 금융위기 때부터다. 작년 8월 수주한 1조2000억원 규모의 리비아 토부룩 신도시 주택건설 프로젝트의 선수금 1800억원을 받지 못한 게 결정적 계기가 됐다. 이어 작년 말에는 어음 25억원을 막지 못해 대주단 협약에 가입했다. 설상가상으로 작년부터는 직원들의 급여를 주지 못해 160억원(8개월분)의 체불임금이 생겼다.
이로써 올 1월부터 채권단 실사를 받아왔다. 지난달에는 2007년부터 진행해 온 642억원 규모의 바레인 입체교차로 건설공사 계약마저 해지됐다. 성원건설이 외부에서 조달해 온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자금 규모는 9000억원에 달한다. 협력업체에 줘야 할 미지급금도 1000억원에 이른다. 자금 악화로 국내 사업장 8곳과 해외 사업장 5곳 등 모두 13개 사업장 공사도 지금은 '올 스톱' 상태다.
◆계약자 피해는 적을 듯
성원건설이 맡고 있는 사업장은 9곳(1800채)이다. 이 중 용인 풍덕천 상떼빌 등 7곳은 이미 사고사업장으로 지정된 상태다. 이 가운데 3곳은 대한주택보증의 환급이 진행 중이거나 완료됐다. 나머지도 모두 보증을 받은 사업장이어서 아파트 계약자들의 피해는 없을 전망이다. 다만 공사 지연으로 입주시기가 늦어지는 등 불편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성원건설이 법정관리를 신청할 경우 기업회생이나 청산 여부는 법원이 결정하게 된다. 법정관리가 받아들여지면 채무가 유예돼 회생을 위한 시간을 벌 수 있다.
성원건설의 경우 상장사인 데다 국내 사업장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청산보다는 회생 결정 가능성이 높다는 게 일반적 관측이다.
◆확산되는 건설업계 부도 공포건설업계는 이번 성원건설 퇴출판정이 자칫 '부도 대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현재 건설업계에는 성원건설과 유사한 상황에 있는 업체가 6~7개사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특히 워크아웃 상태인 중견 건설사들의 경우 생존의 한계상황에서 하루 하루를 간신히 연명하고 있는 경우가 의외로 많다는 것이다. 공사보증서를 제대로 받지못해 공공공사 입찰 참여가 막혀 있기 때문이다.
또 신규사업에 필요한 PF대출이 불가능해 새로운 사업은 엄두도 못내고 있다.
여기에 올 2월까지 이어진 양도세 한시감면 혜택을 보기 위해 단기간에 쏟아낸 분양물량이 제대로 팔리지 않으면서 자금난을 가속화시키고 있다는 분석이다. 대한건설협회 관계자는 "최근 시중에 나돌고 있는 위기설이 과장된 측면이 있긴 하지만,앞으로 경기회복이 지연되고 올 봄 분양시장이 회복세를 보이지 못할 경우 중견건설사들을 중심으로 한 이른바 '건설업계 5월위기설'이 현실화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박영신 기자 yspar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