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R&D지원체제 대수술 나선 지식경제부

지식경제부가 연구개발(R&D) 투자에 관한 결정권을 민간에 대폭 이양하는 등 연구개발시스템을 대대적으로 손질해 시장친화적인 경쟁체제로 확 바꾸기로 했다. 복잡다기한 연구개발사업들도 대폭 통폐합, 10년 후 1인당 국민소득 4만달러 시대를 열 수 있는 대규모 10대 미래산업 선도기술과 100대 융합원천기술 개발에 투자를 집중하기로 하고, 연구개발 추진 중에도 탈락시킬 수 있는 중간탈락제, 성실실패 인정제 도입 등 연구평가도 과감히 개혁하겠다고 밝혔다. 제대로만 실행된다면 국가연구개발사업 전반에 걸쳐 쇄신(刷新)의 바람이 몰아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한 변화다.

가장 관심이 가는 대목은 지경부가 신산업을 창출할 10대 미래산업 기술개발에 향후 7년간 민관 합동으로 3조원을 투자하기로 한 것이다. 사실 지금까지 정부는 선택과 집중을 통해 신성장동력을 발굴하겠다고 외쳐왔지만 기존 연구개발사업에 밀려 제대로 성과를 내지 못해 왔다. 게다가 사업을 쪼개고, 칸막이를 치는 등 나눠먹기식으로 운용돼 왔다는 비판도 적지 않았다. 그런 점에서 보면 이제야 제대로 선택과 집중이 가능해진 셈이다. 특히 과거와 다른 것은 지경부가 기업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전략기획단을 만들어 연구개발 투자의 방향과 관리 등의 권한을 위임하기로 한 점이다. 그동안 부처내 조직들이 저마다 연구개발사업을 하나씩 꿰차고 사실상 전권을 휘둘러 왔던 것에 비춰보면 이 역시 커다란 변화라고 할 만하다.

앞으로 중요한 것은 선택과 집중, 민간주도 등의 변화가 어떻게 하면 창의적이고 도전적인 연구개발과 성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하느냐는 것이다. 지경부는 성실실패를 용인하는 제도를 도입하겠다고 말하지만 사실 지금도 제도적으로는 가능해도 취지대로 운용이 안되고 있는 게 문제다. 또한 정부 연구개발은 기업 연구개발보다 장기적이어야 하고 국가경제 전체적인 파급효과 등을 더 중시해야 하는 까닭에 앞으로 구체적 실행단계에서 이런 차별성을 반영하는 것도 과제다. 지경부가 이런 점들을 잘 보완한다면 10년 후 정부연구개발사업이 신산업의 씨앗이 됐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