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채용 '실무형 인턴십'으로 바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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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LG 등 검증된 인재 선호
'인턴=취업' 길 넓어질듯
포스코가 올해 500명의 대졸 인턴사원을 뽑은 뒤 250명을 정규직 신입사원 채용에 연계하고,이 같은 채용방식을 그룹 전반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인턴 사원중 일부를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것과는 달리,정규직 채용을 전제로 2배수가량의 인턴을 먼저 선발해 실무평가를 거치도록 한 것이 특징이다.
인턴십을 중심으로 한 대졸 사원 채용방식이 재계 전반으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정부가 정규직과 연계한 인턴 채용을 적극 지원할 방침이어서,'인턴=취업'이라는 새로운 공식이 들어설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정규직 연계한 인턴 채용 늘어난다
포스코에 앞서 삼성과 LG그룹은 지난해 말부터 인턴을 거쳐 정규직으로 채용하는 신입 사원의 비중을 단계적으로 늘리기 시작했다. 삼성전자는 작년 11월 인턴을 뽑은 뒤 8~9주 동안 일을 시키고,성과가 좋으면 정규직 사원으로 채용하기로 결정했다. 인턴사원 채용 및 정규직 전환 규모는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상 · 하반기 공채 제도를 유지하되,인턴을 거쳐 정규직으로 채용하는 신입사원 비중을 단계적으로 높여나갈 방침이다.
LG는 작년 말 인턴사원 680여명 중 80%에 이르는 550명을 정규직 사원으로 채용했다. 올해에도 대졸 사원 채용과는 별도로 인턴십 프로그램을 통해 인재를 충원하기로 했다. 현대자동차,SK,롯데 등 주요 대기업들도 인턴사원 중 일부를 정규직으로 전환하거나 아예 정규직과 연계한 인턴사원을 채용하는 방안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기업들이 인턴십을 거쳐 정규직 신입사원을 뽑는 쪽으로 잇달아 채용절차를 바꾸고 나선 것은 인턴십 제도의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업계 관계자는 "정규직 연계 인턴사원 채용은 실질적인 고용으로 이어지는 인턴십 운영을 통해 다각적으로 일자리를 창출해보자는 취지"라며 "대졸 구직자들의 취업을 보다 빨리 확정해 졸업반 내내 취업준비에 매달리지 않고 전공 과정을 깊게 공부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측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도 '인턴십 드라이브'재계에서 정규직과 연계한 인턴사원 채용이 늘고 있는 것은 정부의 '인턴십 드라이브'와도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최근 부처별로 잇달아 인턴 채용에 나선 데 이어 공기업,지방자치단체 등도 가세하고 있어서다. 실무능력과 경험을 살릴 수 있는 인턴십을 활성화해 취업 기반을 다지겠다는 게 정부의 구상이다.
행정안전부는 기획재정부,교육과학기술부 등 중앙부처와 지자체의 행정 인턴으로 올해 1만3360명을 뽑기로 했다. 공기업까지 포함하면 올해 정부의 인턴 채용규모는 4만8000여명으로 예정돼 있다. 정부는 인턴 채용 이후 일부를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공기업은 20~30%가량의 인턴사원을 정규직으로 연계 채용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공기업,지자체,대기업들이 정규직과 연계한 인턴사원 채용을 늘리면서 대학생들 사이에서 인턴 취업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 주요 대학에서 열리고 있는 인턴십 박람회에 참가하는 인원이 예년보다 20~30% 이상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며 "다만 정규직 연계나 전환 가능성이 불투명한 곳이 여전히 많고,실무 경험을 쌓기보다 단순한 사무업무만 반복하다 끝나는 경우도 아직 적지 않기 때문에 인턴십 프로그램을 꼼꼼히 따져보고 지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장창민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