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홍종 보시라이 등 잘나가는 中정치인들, 홍콩 기자들 때문에 곤욕

[한경닷컴]
중국의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국회격)에 참석한 중국의 잘나가는 정치인들이 외국 기자들의 돌발적인 질문 공세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리홍종 허베이 성장은 지난 9일 전인대가 열리고 있는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한 홍콩 기자가 “전날 징화시보 기자의 녹음기를 빼앗은 게 사실이냐”는 질문을 받고 “그 기자가 거짓말을 했다”고 말한 뒤 당황한 듯 군중속으로 사라졌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가 11일 보도했다.그는 외국 기자들에게 허베이성의 경제발전 상황을 설명하려던 순간 이같은 일이 벌어지자 황망히 자리를 피한 것으로 전해졌다.사건은 징화시보의 여기자가 지난 8일 리 성장에게 “허베이성에서 호텔 종업원을 강간하려던 고위 관리가 칼에 찔려죽은 사건이 발생했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던진데서 시작됐다.리 성장은 그 여기자에게 “대체 어느 신문 소속이냐.어떻게 감히 그런 질문을 할 수 있냐”며 신문사의 고위관리에게 이 사실을 전하겠다고 고압적인 자세로 화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이후 그 기자는 리 성장과의 대화가 담긴 녹음기를 누군가에 의해 탈취당했고 이 사실이 다음날 외국기 자의 입에서 전해지자 그는 황급히 자리를 피한 셈이다.

조직폭력배와 관리들의 결탁을 척결,국민적 인기가 높아진 보시라이 충칭시 서기도 지난 6일 역시 홍콩 기자의 돌발질문에 당황한 모습을 보였다고 홍콩 언론들이 보도했다.그는 “조직폭력배 소탕은 결국 정치국 상무위원 자리를 염두에 두고 시행한 게 아니냐”는 질문을 받고 “전인대는 민생을 이야기하는 자리”라며 대화를 피했다는 것.또 허난성 고위관리와 인터뷰 약속을 잡아놓은 홍콩 기자들이 인터뷰를 하러 허난성 관리들의 숙소로 찾아갔다가 쫓겨나는 해프닝도 있었다.숙소를 지키던 경비들이 ‘호텔밖 정해진 구간안에서만 기자들은 관리를 만날 수 있다’는 전인대 인터뷰 규칙을 들어 기자들을 강제로 끌어낸 것으로 전해졌다.

베이징=조주현 특파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