랑콤 홈쇼핑 대박 나고도 고민하는 사연

수입화장품들, 백화점 눈치보기
백화점에서만 판매해온 로레알그룹의 '랑콤'이 지난달 처음으로 CJ오쇼핑 판매방송에 등장했다. 주문전화가 빗발쳐 결과는 대박이었다. 에센스 제품 '제네피크 유쓰 액티베이터'(30㎖)와 화이트닝 증정품 4종 세트(13만5000원)가 한 시간 만에 4700세트(6억3000만원)나 팔려나갔다.

이를 계기로 프리미엄급 수입 화장품 브랜드들이 백화점 외에 홈쇼핑으로 유통망을 확대할지 소비자와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백화점의 '매출 효자'인 수입 화장품들이 너도나도 홈쇼핑으로 나갈 경우 파장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홈쇼핑에서의 폭발적인 반응에도 랑콤 측은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유일한 유통망인 백화점들의 눈치를 살펴야 하기 때문.랑콤은 CJ오쇼핑 방송에서 백화점 판매 제품과 다른 용량의 제품을 내놓았다. 랑콤 관계자는 "신규 고객 확보 차원에서 시범방송을 한번 해본 것"이라며 "계속할지 여부는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랑콤은 미국,일본에서 신제품이 나올 때마다 홈쇼핑 채널을 활용하고 있다.

CJ오쇼핑은 랑콤을 비롯한 프리미엄 브랜드들에 적극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랑콤의 경우 무이자 혜택 외에는 백화점보다 가격이 특별히 싸지도 않았지만 예상보다 반응이 좋았기 때문.김영미 뷰티 MD(상품기획자)는 "홈쇼핑 화장품은 중저가 위주라는 인식이 강했지만 홈쇼핑 고객들도 구매력이 높아져 프리미엄 브랜드에 관심이 높다"고 말했다.

그러나 백화점에 의존해온 프리미엄 브랜드들의 홈쇼핑 진출은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온라인 화장품시장이 급속히 커졌지만 이들이 백화점 계열 온라인몰에서만 파는 것도 이 같은 이유라는 것.업계 관계자는 "랑콤 이전에 오리진스,부르주아,메이크업포에버,롤리타렘피카 등 '백화점 브랜드'들이 홈쇼핑에 도전했지만 모두 1~2회 방송에 그쳤다"고 말했다. 에스티로더는 2008년 아예 온라인 브랜드 '굿스킨'을 출시했다. 에스티로더의 후광에도 신규 브랜드여서 온라인에선 그다지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안상미 기자 sara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