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가 낮아져 청약자금 3년만에 최대

대한생명 공모에 4조2198억
"상장후엔 1만원 웃돌 것"…부동자금 대거 유입
17일부터 거래…4월 삼성생명 공모 결과 주목
대한생명 공모주 청약에 4조2000억원이 넘는 자금이 몰린 것은 안정적인 투자처를 찾는 시중 자금이 여전히 풍부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대한생명 공모가가 예상보다 낮게 책정된 점이 잠자고 있던 부동자금을 대거 움직이게 했다는 분석이다.

증권업계에선 이르면 다음 달 실시될 삼성생명 공모주 청약에도 시중자금이 대이동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삼성생명의 공모규모는 4조원을 훨씬 넘어 5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추정돼 대한생명(1조7220억원)의 3배 가까운 수준이 될 것이란 전망이다. 10일 대한생명의 상장 대표주관사인 대우증권의 공모주 청약 최종 집계결과 일반투자자는 총 4342만6000주 모집에 10억2924만주를 청약했다. 청약증거금(전체 청약금액의 50%)은 4조2198억원을 넘었고,평균 경쟁률은 23.7 대 1로 나타났다. 개별 증권사 경쟁률로 보면 우리투자증권이 27.75 대 1로 가장 높았다. 이어 IBK투자증권 24.03 대 1,현대증권 22.81 대 1,대우증권 22.76 대 1,한화증권 22.47 대 1,동양종금증권 21.99 대 1 등으로 집계됐다.

공모주 청약에 4조원이 넘는 자금이 몰린 것은 2007년 삼성카드(5조9560억원) 이후 처음이다. 올 들어 이제까지 공모시장에서 최대 자금이 몰렸던 지역난방공사(2조4880억원)의 2배에 가까운 수준이다.

대한생명 공모 청약이 큰 인기를 모은 것은 공모가가 예상보다 낮게 형성돼 투자자들 사이에 상장 이후 주가 상승으로 투자 수익률이 높을 것이란 공감대가 형성됐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공모가격은 회사 희망가격 수준인 9000~1만1000원보다 낮은 8200원에 결정됐다. 박선호 KB투자증권 연구원은 "공모가 대비 내재가치 수준(P/EV)이 1.1배 수준에 불과하다"며 "공모가가 1만원이었다면 조금 부담스러웠을 수도 있지만 현 가격으로는 상장 이후 상승 여력이 크다"고 분석했다.

대한생명은 오는 17일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돼 거래를 개시한다.

이번 공모 청약은 안정적인 투자처를 찾는 부동자금이 여전히 많다는 점도 다시 확인시켜 줬다. 이재훈 미래에셋증권 투자분석팀장은 "M2(총 통화)가 지속적으로 늘고 있는 데서 보듯 시중 유동성은 여전히 풍부하지만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해 은행 예금이 계속 늘어나고 있던 상황에서 대한생명 공모에 여유자금이 몰린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주식이나 채권 펀드 등에서 고수익을 거두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많지만 상대적으로 안전한 투자대상으로 꼽히는 대형 공모주나 스팩 등에는 자금이 유입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공모규모가 5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추산되는 삼성생명이 이르면 내달 공모 청약을 받을 것으로 보여 공모시장에 대한 관심은 더욱 커질 것이란 전망이다. 김세중 신영증권 투자전략 담당 이사는 "올해 공모시장은 지난해와 달리 대형 우량주가 많아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다"며 "삼성생명 공모 청약은 시중 부동자금의 대이동을 자극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조진형/강현우 기자 u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