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태 "리먼사태 가장 기억 남아"…인기비결은 '일관성'

이달 말 임기를 마감하는 한국은행 이성태 총재가 마지막 금융통화위원회를 가지며 아쉬운 소회를 밝혔다.

이 총재는 11일 오전 금융통화위원회를 마치고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미래는 불확실한데 사람마다 의견은 모두 다르더라"며 "그러다보니 미래를 대비해 미리 조금씩 움직이는 것이 상당히 중요했는 데 사람들을 설득하고 합의시키는 게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이 총재는 급격히 좌우로 움직이는 배와 미리 조금씩 움직이는 큰 배에 비유해 그간 펼쳐왔던 자신의 통화정책을 설명하기도 했다.

이 총재는 "사람들은 수없이 많은 금융, 경제위기를 겪었음에도 또 다른 위기가 온다는 것을 잘 깨닫지 못한다"며 "당장 눈앞에 닥친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배가 좌우로 급격히 움직이다 보면 지금 내가 서 있는 자리가 제대로 된 궤도인지를 고민하게 되므로 미리미리 움직이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가장 기억에 남은 점으로는 2008년 발생한 리먼사태를 꼽았다.이 총재는 "리먼사태 발생 초기단계인 9~10월에 상황의 깊이와 충격의 크기를 판단하는 데 시간이 필요했다"며 "과거 많은 사람들이 경험하지 못했던 큰 충격이었기 때문에 이에 대한 대응조치가 가장 크고 빨라야 했다"고 전했다.

이 총재는 "2006년부터 2008년까지 총재로서 나름대로 열심히 노력했지만 세계 금융위기가 왔을 때 외자가 대거 유출되고 환율이 1500원대 이상으로 올랐다"며 "결과적으로 800억달러에 가까운 자금으로 외환유동성 문제를 대처했고 지금의 경과로 봐서는 나쁘지 않은 성과를 거뒀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임기 중 신뢰도가 두터웠던 비결에 대해서 이 총재는 '일관성'이라고 답했다. 이 총재는 "말을 항상 일관성 있게 하고 행동이 그 말을 뒷받침 하는 것이 가장 중요했다"며 "절제되고 정제된 의사가 없었다면 신뢰를 얻는데 힘들지 않았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이 총재는 퇴임 후 계획에 대해 "특별한 것은 없다"며 "차차 생각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한경닷컴 김은영 기자 mellis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