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금호타이어, 쌍용차 악몽 되풀이할건가

금호타이어 노사분규가 '제2의 쌍용차 사태'로 비화(飛火)할 조짐을 보이고 있어 걱정이다. 노조가 회사측 정리해고 계획에 반발해 조합원 투표에서 72%의 찬성률로 파업을 결의한 가운데 정치권과 민노총 등 외부세력이 개입하면서 상황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는 모습이다.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이 진행중인 금호타이어는 심각한 경영난으로 임금이나 납품대금도 제대로 지급하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회사측이 기본급 20% 삭감과 1199명 정리해고 등의 구조조정안을 들고 나온 것도 뼈를 깎는 자구노력 없이는 회생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때문임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산업은행 등 채권단 또한 구조조정에 대한 노조 동의와 워크아웃 기간 중 쟁의행위 금지를 1000억원 규모의 긴급자금 지원을 위한 전제조건으로 내세우고 있는 게 현실이다. 우리는 노조가 처한 어려운 입장을 충분히 이해한다. 취업난이 극심한 상황에서 조합원들이 길거리로 밀려나는 것을 보고만 있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구조조정과 채권단 지원 없이는 한시도 버티기 힘들다는 사실을 냉철히 인식해야 한다. 무조건 반대만 하다가는 회사가 회생 불능의 낭떠러지로 떨어질지도 모른다는 이야기다. 다행히 아직은 파업 돌입 때까지 다소간의 시간 여유가 있고 양측의 협상 여지도 남아 있는 만큼 한발씩의 양보를 통해 타협을 이뤄내야 할 것이다.

중요한 것은 외부 세력이 개입해서는 안된다는 점이다. 그럴 경우 어떤 결과가 빚어지는지는 지난해 여름 공장을 점거한 채 77일간이나 불법농성이 이어졌던 쌍용차사태가 여실히 보여준다. 당시 민노총과 좌파 단체들이 대거 끼어들며 과격 폭력 투쟁을 벌였지만 쌍용차는 오히려 내상(內傷)만 깊어졌고 아직도 긴급자금지원을 호소하는 등 그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

그런데도 민노총 광주본부가 정리해고 효력개시일을 하루 앞둔 4월1일 연대파업을 선언하고, 6 · 2 지방선거에 나서는 광주시장 예비후보들이 표몰이를 위해 경쟁적으로 정치적 이슈로 이용하는 행태를 되풀이하고 있으니 참으로 한심하다. 민노총과 정치권은 금호타이어 사태에서 당장 손을 떼야 마땅하다.